[사설] 국제도시로 뜨는 釜山, 마을운동이나 하자는 서울

부산의 변신이 놀랍다. 쇠락하던 제2 도시가 눈부신 성장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어제 한경 보도를 보면 전국 50층 이상 초고층건물 69개 중 25개(36.2%)가 부산 해운대에 들어섰다. 서울(15개), 인천 송도(14개)가 무색하다. 더구나 올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ITU전권회의, G스타(국제게임전시회) 등 1000건이 넘는 국내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국제회의 개최 순위에서 당당 세계 9위다. 연간 500여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 경제 파급효과가 5조원을 넘는다.

단적인 변화는 매년 1만여명씩 줄기만 하던 인구가 올해 23년 만에 증가세(473명)로 돌아선 점이다. 최근 부산국제금융센터에 금융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돼 수도권의 금융 및 연관인력 2만~3만명이 합류했다. 도시가 활기를 띠자 중국 큰손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한 명품업체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해운대에만 입점했을 정도다. 돈과 사람이 몰리고 상권이 팽창하자 더 많은 돈과 사람을 부르는 선순환이다.그러나 부산은 불과 몇 해 전까지도 쇠퇴 징후가 뚜렷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생산인구가 1989년부터 계속 감소했고,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은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그저 ‘삭막한 컨테이너 도시’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년 2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해운대를 일본 중국 홍콩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상권으로 개발하고, 국제회의를 적극 유치해 어느덧 서비스·문화 중심도시로 바뀌었다. KTX로 서울과 하루생활권이 되고 중국 효과를 적절히 활용한 결과다. 해운대에 초대형 소핑몰인 센텀시티가 들어선 것은 그야말로 지역 발전에 방점을 찍은 사건이었다. 누구도 지역상권 운운하며 이를 막지 않았다.

부산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발전 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 동북아 구석이란 지형적 한계는 드넓은 바다로 눈을 돌리면서 프레임이 바뀌었다. 부산은 유일한 강점인 항만조차 중국에 밀리고 변변한 산업도 없었지만 영화, MICE산업, 쇼핑의 메카로 새 먹거리를 만들어내 발전의 전기를 잡았다. 자원도 없고 내수도 빈약한 한국이 중화학·IT 수출로 경제강국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개방성의 승리다. 도시는 폐쇄성이 아닌 개방성이 발전의 성패를 가른다.

도심의 거리마다 협동조합 광고판을 붙이고 있는 서울시는 부산과 비교된다. 한때의 슬로건이었던 금융허브는 한참 전에 폐기된 상태다. 도시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다. 떠나고 줄이고 배타적인 전통공간으로 돌아갈 참이다. 롯데월드몰 개장도 온갖 핑계를 대며 한참을 미적거렸다. 마을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서울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