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벤츠 손잡았다…LG 車부품 사업 성장궤도 진입

LG전자, 벤츠와 무인차 카메라 개발 협력

전기차·스마트카 등장으로 관련사업 수익처로 떠올라
구본준 부회장 진두지휘…보쉬 제치고 벤츠와 MOU
車부품 통합 VC사업부에 R&D 총괄 인천캠퍼스 가동
커넥티드카 개발에도 참여
LG그룹이 자동차 부품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자동차에서 전자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미래 수익원으로 자동차 부품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게 그룹의 방침이다.

독일 자동차회사 메르세데스 벤츠와 자율 주행차용 카메라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전략이 결실을 맺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LG 관계자는 “선진 자동차 메이커와 제휴를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첨단 자동차 부품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LG전자 중심으로 사업 박차

자동차 부품사업의 주역에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사진)이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80여명을 이끌고 독일 BMW 본사를 방문해 ‘LG 차부품 설명회’를 개최할 정도로 자동차 부품사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 오너 경영인이 직접 사업을 챙기면서 자동차 부품 사업이 힘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자동차 부품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LG CNS 산하에 있던 자동차 부품설계 엔지니어링 업체인 V-ENS를 흡수합병하고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를 신설했다. 흩어져 있던 자동차 부품 사업을 한데 모아 사업 경쟁력을 결집하기 위해서다. 사업본부장은 대우자동차 차량개발총괄 임원 출신인 이우종 사장이 맡고 있다.또 인천 청라지구에 자동차부품 사업의 핵심 연구개발(R&D) 기지인 ‘LG전자 인천캠퍼스’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곳에선 자동차 부품 개발과 설계부터 성능 및 품질 검증, 시험 생산까지 진행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부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예상보다 빠른 성과에 업계도 깜짝

대기업의 경쟁력을 활용해 부품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카메라 시스템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독일 보쉬, 미국 델파이 등과의 경쟁을 뚫은 결과다.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메르세데스 벤츠와 손잡았다는 것 자체가 자동차 부품 사업 역량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지난 6월에는 폭스바겐과 현대·기아차, 구글 등이 참여하는 커넥티드카 개발 연합인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에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8월 말에는 인도 최대 자동차회사인 타타그룹과 자동차 부품 관련 공동사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요즘은 말레이시아 최대 자동차회사인 프로톤과 긴밀한 사업 관계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 부품사업 경쟁 치열해진다

LG전자가 내비게이션, 카오디오 등 인포테인먼트 제품에 집중하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은 차량용 모터,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벌이고 있다. LG이노텍이 지난 6월 멕시코에 차량용 전기·전자부품 생산기지를 준공한 데 이어 LG화학은 10월 중국 난징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AV(오디오 비디오) 디스플레이, 모터, 배터리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여서 고객사 확보에 유리하다.앞으로 전자업체와 자동차업체 간 제휴는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역시 삼성SDI가 BMW와 협력하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최근 자동차 부품 등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별도 조직을 신설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특히 자동차에 스마트 기능이 더해지면서 전자업체들의 사업 참여 기회가 늘고 관련 시장도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