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렌 가격 42% 폭락…시련의 유화업계

원료 나프타 24% 떨어질때 프로필렌 두 배 더 하락
中 수입 부진도 영향
롯데케미칼 등 가동중단 고심…여천NCC·효성은 증설 미뤄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합성수지 기초원료인 프로필렌의 가격 폭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수요 감소, 나프타용 수입 원유에 대한 관세 부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제품 가격 급락까지 겹치면서 다시 한 번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프로필렌 보름 새 40% 폭락25일 미국 석유화학제품 가격조사업체 플래츠에 따르면 중국 도착 기준 지난주(12월 셋째 주) 프로필렌 평균 가격은 t당 595달러로 전주의 750달러에 비해 20.7% 급락했다. 이달 들어서만 41.9% 떨어진 것이다.

폴리에스테르 등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유분인 프로필렌 가격이 이처럼 급락한 이유는 국제 유가 하락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프로필렌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떨어지고 다시 프로필렌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문제는 가격 하락 속도다. 프로필렌 가격 하락 속도는 나프타 가격 하락 속도보다 더 빠르다. 프로필렌 가격이 이달 들어 41.9% 떨어지는 사이 나프타 가격은 23.7% 내리는 데 그쳤다. 프로필렌 가격 하락 폭은 에틸렌 등 다른 주요 석유화학 제품보다 더 크다. PVC 필름 등의 기초유분인 에틸렌 가격은 이달 들어 17% 내렸다.프로필렌 가격 폭락의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수입 감소와 아시아 지역의 공급 과잉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 부담이 커진 일부 업체들이 재고를 쏟아내면서 가격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더 내릴 것을 예상한 구매자들이 구매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프로필렌 가격 폭락의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상당수 바이어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부도 위기에 몰려 있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필렌뿐 아니라 석유화학제품 상당수가 공급 과잉을 빚고 있는 만큼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며 “국제 유가 하락이 원인인 만큼 석유화학업계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가동률 축소 등 대응 부심롯데케미칼 삼성토탈 여천NCC 등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나프타 정제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는 가동률을 낮추거나 공장 가동을 잠정 중단하는 등의 대응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가동률을 낮추면 원가가 높아지는 구조여서 마냥 가동률을 낮출 수만은 없다”며 “정기점검 시기를 당겨 일부 라인의 가동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공급 물량을 축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필렌 공장 증설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천NCC는 700억원을 들여 내년 8월까지 연산 14만t 규모의 프로필렌 공장을 증설해 기존 연산 97만t이던 생산능력을 111만t으로 늘릴 방침이다. 효성도 내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2800억원을 투자해 울산 용연공장의 프로필렌 생산능력을 연산 20만t에서 50만t으로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로필렌 시황이 계속 나빠질 경우 증설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평중 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국제유가 급락,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수요 부진, 공급 과잉 등이 맞물리면서 석유화학 시장이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며 “프로필렌 에틸렌 등 석유화학 원료와 범용제품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