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금속 가공' 밀링머신 수천대 사들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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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케이스 쓴 아이폰에 갤럭시S5 밀렸다는 판단
지난 3월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S5(사진)가 인기몰이에 실패했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 이유를 금속 케이스를 적용하지 않은 데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갤럭시S5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사용했다. 반면 경쟁사인 애플은 아이폰5부터 알루미늄 케이스를 적용했고, 최근 출시한 아이폰6에는 유선형 금속 케이스를 써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도 금속 케이스가 최신 트렌드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량 생산에 자신이 없어 투자를 미뤘다. 이 같은 결정이 갤럭시S5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기존 스마트폰 케이스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플라스틱의 경우 금형을 만들어 찍어내면 된다. 값싸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반면 금속 케이스는 컴퓨터정밀제어(CNC) 밀링 머신을 써서 만든다. 밀링머신은 커터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공작물을 가공하는 기계다. 금속을 통으로 깎는다. 그러나 금속을 녹여 틀에 붓는 과정이 번거롭고, 정교한 모양을 만들기도 어렵다. 때문에 하나씩 직접 깎는 방식을 사용한다. 대량 생산에 부적합하다. 공작기계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40~50분에 케이스 한 대 만드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연간 2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이 쉽사리 금속 케이스를 적용할 수 없었던 이유다.

애플은 이 한계를 기술력으로 극복했다. 금형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노트북인 ‘맥북’에서부터 금속 케이스를 적용해 왔다”며 “삼성보다 금속 가공 노하우가 앞선다”고 말했다. 애플 수석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 수석부사장은 자서전에서 “애플은 생산을 모두 아웃소싱하지만 밀링머신만큼은 직접 사서 회사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베트남 공장에 금속가공을 위한 CNC밀링머신 수천대를 들여놓은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는 “밀링머신을 이용한 가공은 고전적인 ‘옛날’ 기술”이라며 “옛날 기술이 올해 최첨단 스마트폰 업체들의 명운을 가른 셈”이라고 평가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