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막자" 다급한 러시아…1200억弗 기업 빚 갚기 지원

보유외환 5년만에 4천억弗 아래로
저유가와 서방 국가의 제재로 경제 위기에 몰린 러시아가 자국 기업의 해외채무 상환 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까지 나오자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외 채무가 있는 기업에 달러화와 유로화를 빌려주기로 했다고 25일 보도했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러시아 기업의 해외 채무 원금과 이자는 1200억달러(약 132조2760억원)에 달한다. 이 중 700억달러를 기업들이 만기 내 갚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번 조치로 시중은행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기업은 만기에 맞춰 해외 채무를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루블화 가치가 연초 대비 40%가량 폭락하면서 최근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은 환율 안정을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올 들어 기준금리를 여섯 번 올리고 은행권의 자본 규제를 완화했다. 러시아의 대외 채무는 총 7312억달러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을 감안했을 때 당장 디폴트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환율 방어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3~19일 총 157억달러가 빠져나가 현재 외환보유액은 3989억달러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8월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는 국가 신용등급이 10년 만에 투기 등급으로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3일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BBB-)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