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대가 다시 왔다] '메이드 인 USA' 부활…"60년 中공장 접고 美서 장난감 만든다"

(2) 셰일혁명이 이끈 美제조업 황금시대

오바마 정부서만 제조업체 150社 '유턴'
에너지 비용·임금 인상률 낮아 경쟁력
자유로운 구조조정 등 고용 유연성 강점
미국에서 제조업이 부활하고 유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와 고용이 늘고 소비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 본사가 있는 미시간주 디어본 인근의 웨인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웨인AP연합뉴스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둔 지난 19일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살릴 만한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어린이들이 집짓기 놀이를 할 때 갖고 노는 나무 블록 장난감 ‘링컨 로그’의 제조사인 케넥스가 60년 만에 중국 공장을 접고 미국 내 생산을 결정한 것. 미국 언론들은 “로그가 고향으로 돌아온다”며 “또 하나의 ‘메이드 인 U.S.A’가 탄생했다”고 환호했다.

중국보다 낮아지는 생산원가
재료비와 인건비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무 블록을 미국에서 다시 생산할 수 있게 된 비결은 낮아진 생산비용에 있다. 마이클 아라텐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가격이 떨어져 설비 자동화를 통한 효율적인 생산관리가 가능해졌다”며 “공급망을 재설계한 결과 수익률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 4월 세계 주요 수출국의 제조비용지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국의 생산비용(100)은 중국(96)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국(109), 일본(111), 캐나다(115), 독일(121) 등 선진국은 물론 대표적 신흥국인 브라질(123)조차 미국보다 원가가 현격히 높았다. 이번 조사는 임금 외에 생산성, 에너지가격, 환율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BCG는 미국이 셰일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감소와 낮은 임금 상승률 등에 힘입어 2018년에는 중국을 제치고 제조 경쟁력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의 최근 4년간 임금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미국은 제조업의 시간당 인건비가 2010년 18.49달러에서 올해 19.63달러(약 2만1600원)로 6.1% 상승(미국 노동통계국)하는 데 그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제조 인원 1명당 연간 인건비가 3만700위안에서 4만6431위안(약 822만원)으로 51.2%(중국 통계국)나 뛰었다.

미국으로 몰리는 전 세계 공장

셰일혁명이 불러온 제조업 황금시대는 ‘리쇼어링’으로 불리는 미국 기업의 유턴을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포드사는 멕시코 트럭공장을 오하이오주로 옮겨 내년 판매모델부터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애플도 4월 중국에 있던 맥컴퓨터 공장을 텍사스주로 이전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해외로 나갔던 미 제조기업의 유턴 사례가 150개에 달한다.구글은 자사 첨단제품인 구글글라스의 생산시설을 미국에 두기로 방침을 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기사에서 “기술 혁신과 더불어 셰일에너지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가 화학, 자동차, 우주항공 등 첨단업종의 제조 경쟁력을 살려내면서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셰일에너지는 그 자체로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 내면서 글로벌 기업들을 미국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9월 독일 지멘스가 미국의 오일장비업체 드레서랜드를 76억달러 현금을 주고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무라증권은 셰일원유와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6만2000마일 길이의 파이프라인이 미국 전역에 새로 깔리고, 압축기와 산업용 모터 등 수요도 2019년까지 연평균 6%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과 철강, 수송기계, 전자 등 관련산업의 총 생산량이 2020년까지 1050억달러 늘어나면서 166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FDI)는 2360억달러로 전년보다 35% 급증했다.

보이지 않는 경쟁력 … 노동시장 유연성코카콜라는 내년 초 본사와 홍콩 런던 등 해외총괄본부의 사무직 직원을 최대 2000명까지 해고할 계획이라고 24일 발표했다. 2000년 5000명을 해고한 후 15년 만의 최대 감원 규모다. 실적이 둔화되자 군살을 빼 비용부터 줄이겠다는 것이다. 앞서 퀄컴은 지난 10일 전 세계 사업장에서 총 직원의 2%에 해당하는 600명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캘리포니아 본사 직원 300명도 포함됐다.

토스턴 슬록 도이치뱅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명암을 가른 원인 가운데 하나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고 강조했다. GM과 포드의 기사회생이 대표적이다. 공적 자금을 투입받은 GM은 비수익 공장을 폐쇄하면서 2만여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제이 브리슨 웰스파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업과 경제가 강한 이유는 유연성과 창조성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용의 유연성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워싱턴=이심기/장진모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