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앙서 아무리 규제 풀면 뭐하나, 현장은 그대로다

정부가 규제완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일선 지자체 선에서 여전히 먹히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한상의가 22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국 규제지도를 조사한 결과도 그렇다. 중앙에서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현장에서는 그대로 막혀 있는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가 푼 규제를 지자체들이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2009년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 계획관리지역 내 공장설립을 허용했지만 경기 김포, 강원 화천 등 8개 지자체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김포시는 조례도 아닌, 공무원업무처리지침으로 공장허가를 계속 제한해 왔다. 담당 공무원 재량으로 규제완화 효과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 결과 김포시의 공장 승인·건축 허가 기간은 전국 평균의 1.5배인 68일에 달한다. 일선 지자체의 관행을 앞세운 늑장 민원처리, 면피성 집행 등도 비슷한 사례다.중앙과 지방의 규제가 서로 따로 노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게 규제개혁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던 푸드트럭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고쳐 이를 합법화했다. 하지만 현재 허가를 받고 영업 중인 푸드트럭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영업을 할 수 있게 풀린 곳이 유원지 도시공원 하천부지 등인데 일선 지자체들이 기존 상권과의 마찰 등을 이유로 법적 요건을 갖췄어도 허가를 잘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식이니 아무리 규제를 단두대에 보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규제개혁 방식에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폐지한 규제 수를 세는 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규제완화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침투되는지 사후 추적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단계부터 일선 지자체의 참여를 확대하고 주기적인 피드백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규제개혁에도 AS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푸드트럭과 같은 이벤트식 규제완화도 경계해야 한다. 푸드트럭은 관련법 간 상충으로 출발 때부터 실패가 예견됐었다. 늘 그렇듯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