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弗 고지' 바로 앞에서…해외건설 수주, 4년째 '쓴맛'

低유가로 중동 발주 줄어
中·日과 경쟁도 치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국내 건설회사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은 지난달 일본·싱가포르컨소시엄에 밀려 15억달러 규모의 미얀마 신공항 개발사업을 눈앞에서 놓쳤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수주가 유력했지만 자금조달 능력에서 뒤지면서 추월을 허용했다. 5개 국내 건설사가 본입찰에 앞서 자격심사를 통과한 90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정유공장 건설공사 발주도 내년 초로 잠정 연기됐다.

엔저(低)에 따른 일본 건설사의 공격적인 수주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 산유국들의 잇따른 발주 연기로 정부가 올해 목표로 했던 해외 건설 수주 700억달러 달성에 실패했다.국토교통부는 올해 해외 건설 수주액이 660억달러로 집계돼 지난해(652억달러)보다 8억달러(1.2%) 증가했다고 30일 발표했다. 186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한 2010년(716억달러)에 이은 역대 2위 실적이지만 2011년 이후 4년째 목표로 세웠던 700억달러 달성은 또다시 실패하게 됐다.

전통적 수주 텃밭인 중동(313억5000만달러) 수주액이 절반(47.5%)에 육박했고 아시아(159억2000만달러·24.1%)와 아프리카·유럽(89억5000만달러·13.6%) 중남미(67억5000만달러·10.2%)가 뒤를 이었다. 현대건설의 수주액이 110억70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현대엔지니어링(96억5000만달러) SK건설(66억8000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58억달러짜리 호주 호이힐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지난해 134억8000만달러의 수주액을 올린 삼성물산은 올 들어 선별 수주에 나서며 수주액이 65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최근 건설사들의 대규모 적자사태 원인으로 지목된 국내 업체 간 과당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국내 건설사 간 합작이 늘어나면서 공동수주가 올해 266억달러로 지난해(135억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유가 하락으로 재정위기에 직면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와 가스 등 플랜트 공사 발주를 연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내년 수주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2011년 이후 단일국가로는 수주액이 가장 많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한 금액은 29억5000만달러로 지난해(99억7000만달러)보다 70%가량 급감했다. 석유 판매 등 에너지 분야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내총생산(GDP)의 50%, 정부 재정수입의 92%를 차지하는 만큼 유가가 떨어지면 건설 공사 발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나라가 경상수지 적자를 보지 않는 유가는 배럴당 65달러지만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두바이유, 브렌트유 등 3대 유종 가격은 배럴당 60달러를 밑돌고 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건설사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높은 비용 탓에 해외 건설공사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업체들이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20억달러를 웃도는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등에서 국내 건설사들은 일본 업체에 무릎을 꿇었다. 금융사와의 협력을 통한 자금조달 능력이 국내 건설사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