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돌파…다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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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물가·성장·투자 '4低 위기'
포퓰리즘·규제 혁파 서둘러
남들이 가지 않은 영역 개척
애플·구글 같은 혁신기업 키워야

세계 경제는 힘이 빠져 있다. 엔저(低), 강(强)달러, 저(低)유가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변수 투성이다. 국내 기업은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가 애써 돈을 풀었지만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그러다 보니 “금리 물가 성장 투자가 모두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는 4저(低) 시대에 빠질 수 있다”(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하면 올 성장률이 2.3%까지 추락할 수 있다”(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전망도 있다.그렇다고 절망할 것만은 아니다. 희망은 싹트고 있다. 지난해 창업 기업은 8만개를 넘었다. 사상 최다다. 대체산업도 움트고 있다.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의 수출 비중이 80%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화장품, 의료용 전자기기 등이 그 틈을 메우고 있다”(김도훈 산업연구원장)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새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며 ‘30-50클럽’에 가입할 것”(현대경제연구원)이라는 예상도 있다.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은 나라는 미국 등 여섯개뿐이다.
할 일은 명료하다. 좋은 여건을 잘 살려 국내외 변수를 극복하는 거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인 변경을 개척”(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복거일 씨)하는 것이다. 새 제품을 만들고, 새 길을 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시장질서도 세워야 한다.
미국 경제가 살아난 비결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의 잇단 출현이다. “이들은 아무도 범접하지 못하는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창조적 독점을 이뤘다”(미국 페이팔 창업자 피터 필)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 어려울 것 없다. 제2, 제3의 네이버 다음카카오 골프존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다지면 된다. ‘산업 간 융합’을 선도할 삼성전자 등에도 힘을 불어넣으면 된다.새 길은 이미 가 본 경험이 있다. 1965년 정주영 당시 현대건설 사장은 태국 나라티왓고속도로 공사를 따냈다. 해외 건설시장이라는 새 길이었다. 독자 개발한 화장품으로 세계를 공략 중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새 길을 여는 사람이다. 더욱이 경제 영토는 확 넓어졌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는 52개국이다. 지구촌의 73.45%가 우리 영토다. ‘정주영식 개척정신’만 있으면 새 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새 시장질서 조성은 상당부분 정치권 정부 노조 등의 몫이다. 촘촘해지는 규제와 높아지는 생산비용, 경직돼가는 노동시장으로는 새 제품, 새 길을 만들 수 없다. 이를 악물고 포퓰리즘, 수도권 및 노동 규제 등과 정면으로 맞붙어야 한다.
새해 할 일은 정해졌다. 과거에 그랬듯이 한국 경제의 한계를 스스로의 힘으로 돌파하는 거다. 다시 도전이다.
하영춘 금융부장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