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2000원 오른 첫날 "돈 주고도 사기 어렵네", 편의점 매대 '텅텅'…인터넷선 '불법 거래'

편의점, 지난달 많이 팔아
발주 제한 걸려 입고 늦어

인터넷엔 보루째 판매
갑당 3000~4000원 거래

담뱃값 인상 첫날인 1일 서울의 한 편의점 담배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담배 발주 물량을 아직 받지 못한 편의점 점주들은 담배를 사러 온 손님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된 첫날인 1일, 담배 주 판매처인 편의점의 담배 매대는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이날부터 담배가 대거 진열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물량 발주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탓에 매장에선 품절사태가 이어졌다.

반면 인터넷에선 가격 인상 전에 사재기해 둔 담배를 갑당 3000~4000원씩 보루째 판매하는 불법 거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2일부터 담배 불법거래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주말께 판매 정상화될 듯

담배를 구입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은 흡연자들은 담배를 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담배는 월별 판매량을 기준으로 발주량이 제한되는 구조”라며 “수요 폭주로 판매 한도가 일찌감치 차 버려 지난달 중순 이후엔 대부분 점주들이 신규 발주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부터 발주가 재개됐지만 매장에 제품이 배송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주말께나 돼야 대부분의 매대에 담배가 진열될 것”이라고 했다.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에 담배 공급 차질이 맞물리면서 담배 판매량은 급감했다. 한 편의점 업체가 이날 0시부터 낮 12시까지 전국 매장의 담배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시간대 대비 5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관악구 청룡동의 한 편의점주는 “오전에 담배를 사러온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며 “당분간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편의점과 달리 현금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동네슈퍼 등의 매대엔 편의점에서 품절 상태인 말보로 등 인기 담배가 적지 않게 진열돼 있었다. “전날엔 없던 담배가 어떻게 바로 입고됐나”라는 질문에 업주들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인터넷에선 불법 암거래

인터넷에선 그동안 사재기해 둔 담배 물량이 풀리면서 가격 인상에 맞춰 불법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평소 담배가 거래되지 않던 한 중고거래 카페엔 이날 ‘말보로레드 10갑을 4만원(갑당 4000원)에 판매한다. 흥정 가능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인상된 가격인 4700원보다는 싸지만, 기존 가격(2700원)보다는 1300원이나 비싼 셈이다.

전날에도 ‘에쎄 센스 아이스큐브 15보루를 52만5000원(갑당 3500원)에 판매한다’ ‘보헴시가 갑당 3000원에 처분’ 등과 같은 판매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산 담배인 에쎄 센스 아이스큐브와 보헴시가의 인상 후 가격은 각각 4800원과 4500원이다.

평소엔 담배가 거래되지 않던 이 카페에 이틀간 올라온 담배 판매 게시글이 10건에 달했다. 한 판매자에게 접촉해 “사재기한 게 아니냐”고 묻자 “차익을 남기려는 게 아니라 담배를 끊으려고 파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갑당 3000원까지 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공식판매처가 아닌 곳에서 이뤄지는 담배거래는 불법이다. 담배사업법 27조 2항은 ‘소매인 지정을 받지 않고 소비자에게 담배를 판매한 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김태호/강진규/이현동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