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에 한글 배워 책 낸 박정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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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지·일기 등 57편 엮어팔순을 바라보는 70대 할머니가 뒤늦게 한글을 배워 책을 펴내 화제다.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사는 박정열 할머니(78·사진)가 주인공이다.
할머니는 70세 되던 2005년 장성공공도서관 한글교실 ‘문불여(文不如)대학’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초등학력 과정인 3~4학년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최근 필암서원에서 명심보감 등을 배우며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는 할머니는 남편과 자식,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와 일기 등 57편의 글을 모아 ‘나는 문불여대학생이다’를 펴냈다. 한 글자 한 글자 배워가며 느꼈던 기쁨과 가족에 대한 고마움이 녹아 있다.‘세월’이란 글에서는 ‘세월아 가지 말고 거기 서 있거라. 니가 가면 나도 따라가도 마음이 서글퍼서 내가 울잖니’라며 세월의 무상함을 표현했다. ‘남편에게 보낸 편지’에는 “사랑하는 여보 당신, 연을 맺은 지 55년을 맞이한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 머리에 흰 꽃이 피었군요”라며 애절한 사랑을 노래했다.
할머니는 젊은 나이에 시집을 가서 장성읍에서만 50년 넘게 신발가게를 하며 4남매를 키웠다. 할머니는 “배우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다”며 “건강이 허락하면 중학교 과정까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