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고 금리 내렸지만…국민 90% "체감 못해"

한경·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적 행복지수' 발표

미래 행복지수, 2분기째 하락…가계빚 부담에 소비 위축
10명 중 1명만 올 경제 낙관…최우선 과제는 '노동개혁' 꼽아
올해 경제가 작년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는 국민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기준금리 인하, 재정지출 확대, 부동산 규제완화 등에도 국민들의 자신감은 바닥 수준이라는 얘기다. 가계빚 부담과 일자리 불안이 여전한 이상 체감경기도 크게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됐다.
○체감경기 아직은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HRI)이 지난달 11~19일 전국 성인남녀 8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5회 한경-HRI 경제적 행복지수’에 따르면 국민들의 경제적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44.5점에 그쳤다. 전년 동기보다는 3.9점, 전기(2014년 6월)보다는 0.9점 올랐다.

경제적 행복지수는 응답자가 소득과 물가, 고용 등에 따라 느끼는 안정감, 발전 수준 등을 종합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8년 12월 33.6점까지 급락했던 경제적 행복지수는 성장률 회복에 따라 완만하게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50점을 밑돌아 부정적인 인식이 긍정보다 많았다.

올 상반기 전망을 반영한 ‘미래 경제적 행복 예측지수’는 61.5점으로 2013년 12월(63.1점) 이후 2분기째 하락했다. 예측지수는 대체로 낙관론이 비관론보다 우세하게 나오지만 최근엔 이 같은 희망도 시들해지기 시작했다.○성장세 둔화에 실망

지난해 3분기까지 분기별 성장률은 0%대로 매번 기대에 못 미쳤다. 게다가 2012년(2.3%) 2013년(3.0%) 2014년(한국은행 추정 3.5%) 완만하게나마 유지됐던 성장률 회복세가 곧 멈출 것이란 우려가 많다. 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와 비슷한 3% 중반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 소비와 투자도 늘어나기 어렵다. 올 상반기 한국 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 ‘비슷할 것(45.3%)’이라거나 ‘더 안 좋아질 것(44.6%)’이란 답변이 우세했다.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정책 효과는 아직이다.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91.0%로 전년 동기 대비 5.3%포인트 급등했다.

○가계빚 급증에 소비 발목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없는 이유로는 31.7%가 ‘가계빚 증가’를 꼽았다. 1년 전(24.8%) 6개월 전(28.8%)보다 더 높아졌다. 이어 일자리 불안(30.6%) 소득 감소(22.9%) 부동산시장 침체(14.9%)가 체감경기 회복의 장애물로 지적됐다.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는 가장 많은 24.0%가 ‘자녀 교육비 부담’을 들었다. ‘소득 감소(19.7)’ ‘가계빚 부담(19.2%)’ ‘노후준비 부족(15.2%)’ 등도 지갑 열기를 머뭇거리는 원인이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노후 준비를 지원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응답자들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부의 개혁과제로 노동시장 개혁(28.5%)을 가장 많이 골랐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