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도 괜찮다"…公試족, 눈물겨운 취업전쟁

스파르타式 학원 등장

지각땐 30분 손들고 벌서고
휴대폰 압수·대화까지 금지
규정 어기면 퇴원도 감수
극심한 취업난으로 9급 공무원시험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공시족’이 2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일부 대입 재수학원의 ‘스파르타식’ 관리 방법을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에게 적용한 학원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7일 학원가에 따르면 서울 목동의 대입 재수 전문학원인 W학원은 지난달 15일 공무원시험 대비 자습반을 개설했다. 이 학원은 여느 공무원시험 학원과 달리 성인인 공시생에게도 대입 재수생(사진)과 동일하게 엄격한 생활규칙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학원 생활규정은 법령처럼 제1~10조까지 명시돼 있다. 학원에 등록하려면 규정을 준수할 것을 서약해야 한다.생활규정에 따라 수강생들은 오전 7시30분까지 학원에 도착하지 못하면 30분간 두 손을 들고 있거나, 앉았다 일어서기 100회의 체벌을 받는다. 휴대폰은 학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압수돼 퇴실하는 오후 10시20분까지 쓸 수 없다. 학원 안에서는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앉았다 일어서기를 100회 해야 한다. 이성 간 대화나 흡연이 두 차례 이상 적발되면 바로 퇴원이다. 매일 치러지는 영문법, 국어 등의 과목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도 앉았다 일어서기 벌을 받는다. 화장실에 다녀온 시간만큼 보충 자습도 해야 한다.

학원 측은 최근 공시족 사이에 엄격한 생활관리를 원하는 수요가 커져 이 과정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현재 수강생은 10여명이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김겸손 W학원 원장(47)은 “성인인 공시생들은 생활이 복잡하고 신경 쓸 것이 많아 오히려 대입 준비생에 비해 공부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꼭 취업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도 막상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성인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비상식적으로’ 해야 하나 안타까울 때가 있다”면서도 “이제 한국사회에서 예전과 같이 ‘상식적으로’ 노력해서는 절대 취업에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김 원장의 말대로 청년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9급 공무원시험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7대 시중은행의 정규직 신규 채용인원은 1918명으로 지난해 2235명에 비해 14.2% 감소했다. 2010년 600명을 채용한 신한은행의 지난해 채용인원은 300명으로 반토막났다. 반면 9급 공무원시험 지원자는 2013년 사상 처음으로 20만명(20만4698명)을 넘어서 5년 전에 비해 48.7% 증가했다.

손 들고 있기나 앉았다 일어서기 등 벌칙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김 원장은 “혼자 공부했다가 실패한 학생들이 ‘자기를 때려도 좋다’며 공부습관을 잡아 달라고 요청해 온다”며 “단순히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왜 이런 벌을 주는지에 대해 인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