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끝모를 추락] "에볼라보다 유가 하락이 아프리카 경제에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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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국 경제 직격탄국제 유가 폭락으로 러시아와 브라질 등 자원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아프리카 자원국의 경우 유가 급락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보다 더 심각하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러 루블화 가치 4%대 폭락
나이지리아, 성장률 하향
연초부터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6일(현지시간) 산유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하락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4% 넘게 하락하며 달러당 63루블대로 내려앉았다. 새해 들어 이틀째 하락세다. 러시아 증시도 5일과 6일 이틀간 6.4% 폭락했다. 국가부도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9년 3월 수준인 569bps(1bps는 0.01%)까지 급등했다. 노르웨이통화인 크로네 가치는 유로화 대비 1.2% 떨어졌고, 나이지리아의 나이라 가치도 0.6% 하락했다.국제 유가가 작년 6월 대비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치면서 산유국들은 잇따라 적자예산 편성에 나서고 있다. 경제 제재와 유가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는 환율 방어를 위해 지난해 12월 6.5%의 대폭적인 금리 인상까지 단행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5110억달러에서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3880억달러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금리와 물가는 급등세다. 이 때문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나 복지 관련 지출의 억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란은 새해 예산편성의 기준이 되는 원유 예상가를 배럴당 100달러에서 72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재정 악화로 식량보조금 삭감이나 소득세 증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원유판매 수익 감소를 감안해 4년 만에 적자 예산을 짰다. 휘발유를 수입하는 브라질은 당장은 유가 하락의 혜택을 보지만, 중장기적으로 해저유전 개발 등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베네수엘라는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과 통화가치 절하를 단행해 물가가 급등하고 무역수지는 악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나이지리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7%에서 5%로 하향 조정했다. 도이치뱅크는 “아프리카 2위 산유국인 앙골라가 올해 재정수지 균형을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유지해야 한다”며 세출삭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 드라마니 마하마 가나 대통령도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건설 계획 재검토를 지시했다.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는 “유가 하락이 아프리카 경제에 에볼라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