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돌파 리더십' 이재용 부회장, 첫 시험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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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작년 4분기 영업익 5조2000억 잠정 발표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발표했다. 어닝 쇼크를 낸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4조600억원보다 나아진 성과다.
스마트폰 재고 털어내고 한화에 비주력 계열사 매각
이건희 회장 공백 메워
모바일 수익회복 더 지켜봐야…확실한 新성장동력 확보 과제
삼성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부재 상황에서 맞닥뜨린 ‘첫 시험대’를 통과하며 한 고비 넘겼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이 회장이 장기 입원 중인 가운데 최악의 경우 두 분기 연속 실적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5조원대 영업이익 회복’이라는 성과로 어느 정도 불식했다는 점에서다.
삼성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우려가 컸다. 전반적인 흐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분기당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던 2013년과 달리 작년 들어선 분기마다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급기야 3분기에는 4조원을 가까스로 넘기는 ‘어닝 쇼크’를 냈다. 지난해 초 출시한 갤럭시S5의 실패로 스마트폰 재고가 급증한 게 원인이었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의 공세도 거셌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5월 이후 이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하면서 리더십 공백에 대한 위기감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4분기 실적은 이 부회장의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졌다.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느냐에 따라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삼성 고위 관계자)이었다.위기 타개를 위한 이 부회장의 첫 번째 수는 ‘혼란에 빠진 조직 수습’이었다. 지난해 2, 3분기 실적 하락을 감수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과감히 투입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재고를 줄였다. 인력과 조직도 재편했다. 연말 정기 임원인사와 사업부 간 인력 재배치를 통해 ‘덩치’를 줄였다. 또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경영진 재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신종균 IM부문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을 그대로 중용해 조직 안정을 꾀했다.
‘턴어라운드’를 위한 기반도 닦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의 담판을 통해 3년 넘게 끌어온 애플과의 특허소송을 지난해 8월 마무리짓고 관계를 개선했다. 또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모든 스마트TV에 설치해 구글 OS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IBM 같은 B2B(기업 간 거래)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춰 기업용 태블릿PC 등 B2B용 신제품을 잇따라 내놨다.다만 이 부회장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여전히 많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시장경쟁 심화 등을 고려할 때 스마트폰 수익성 회복이 당면과제다. 스마트폰 사업이 확실히 살아나지 않으면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 반감될 수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확실한 미래 사업 비전과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도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일단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을 이끄는 가운데 한화그룹에 삼성테크윈 등 비주력 계열 4개사를 매각하는 등 과감한 결단력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확실한 도약을 이끌면서 향후 성장동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두 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