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왕궁터 추정지'만 주민 이주

문화재청, 건축 규제 완화
3권역 높이 제한 21m로 상향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내부 구역에 대한 건축규제가 크게 완화된다.

문화재청은 풍납토성 내부 구역 중 문화재 핵심 분포 예상 지역인 2권역(왕궁터 추정지역)만 주민 이주 대상으로 하고, 그 외 권역에서는 문화재와 주민이 공존할 수 있도록 ‘풍납토성 보존·관리 및 활용 기본계획’을 10일부터 변경·시행한다고 8일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풍납토성 내부 주민 전체를 외부로 이주하게 하는 기존 정책을 바꿨다. 문화재 지정을 통한 토지보상 권역은 현행 2·3권역에서 2권역만으로 조정하고, 기타 백제문화층 유존지역인 3권역은 건축물 규제 높이를 현재 15m에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와 같은 21m로 상향한다.

이전까지는 2·3권역에 대해 모두 토지매도·보상 신청을 받아 사적으로 지정하고 연차적으로 보상했지만 앞으로는 핵심 권역인 2권역만 문화재로 지정·보상하게 된다. 다만 2권역 주민이 아니어도 현재 토지보상을 신청한 사람이라면 권역에 상관없이 보상받게 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계획 변경으로 도시계획과의 불일치에 따른 주민 불편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건축행위에 따른 3권역의 역사문화환경은 현상변경 허가제도를 통해 관리하고, 매장 유구 보호를 위해 대지면적 792㎡ 이하일 경우에는 현행과 같이 국가에서 지하 2m 이내로 시굴조사를 하며 792㎡를 초과할 경우에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시굴과 발굴조사를 시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이 정책 기조를 바꾼 배경에는 예산과 시간 문제가 작용했다. 현재와 같이 2·3권역 전체를 보상한다면 2014년 기준 연 500억원의 예산으로는 40년(총 2조원)이 걸리고, 보상을 완료하고 나서도 풍납토성의 성격을 규명하는 발굴조사에 50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토지 매입은 29%, 발굴조사는 8.7%까지 이뤄졌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