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의 현장 CES] 일상을 파고든 IT…의류·자동차·가전 '스마트'해지다

6대 트렌드로 본 CES 2015
지난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는 ‘탈(脫) 가전’ 현상이 뚜렷했다. TV 정도만 명맥을 유지했다. 빈자리는 자동차 정보기술(IT) 등이 메웠다. 업종 간 경계도 희미해졌다. 세계 최대 ‘가전쇼’라는 수식어가 어색할 정도였다. 1967년 1회 행사 이후 매년 소비자들의 일상을 바꿔놓으며 ‘글로벌 혁신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한 행사답게 각 업체의 ‘신무기’ 경연도 활발했다. 6대 트렌드를 통해 ‘CES 2015’를 되돌아본다.

삼성전자는 5년 안에 모든 자사 가전제품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하겠다는 ‘깜짝 선언’을 내놨다. 뿐만 아니라 자사의 개방형 IoT 생태계 구축에 참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올해 1억달러(약 1100억원)를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당근’까지 제시했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TV 냉장고 등 주요 전자제품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IoT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가 될 전망이다.LG전자도 스마트TV와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를 연동해 건강부터 생활 환경까지 관리하는 ‘웰니스’ 플랫폼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연합체인 OIC, 퀄컴과 LG가 참여한 올조인, 독일 가전업체 밀레의 키비콘(QIVICON)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 간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CES 최고의 스타는 단연 자동차와 IT가 융합된 ‘스마트카’였다. 스마트워치로 “나를 태우러 와!”라고 말하자 자동차가 저절로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마크 필즈 포드 회장은 “5년 내 무인차가 도로에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스바겐은 손짓으로 차량용 오디오와 비디오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는 시스템을 앞세워 CES에 처음 참가했다. 현대자동차도 스마트 기기로 시동 걸기 등을 할 수 있는 첨단 기능을 선보이며 스마트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시도는 ‘가전쇼’를 ‘모터쇼’로 보이게 할 만큼 관람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 다섯 명의 CES 기조연설자 가운데 두 명이 자동차 업체 최고경영자(CEO)로 채워질 만큼 CES 내 입지도 커졌다.무인 항공기 드론은 올해 처음 CES에 전용 전시관을 차렸다. 하늘 위를 붕붕 떠다니는 드론을 보려는 관람객들로 전시관은 늘 북적였다.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용 전시관에 자리잡은 16개 드론 업체 중 DJI, 하워, 후프산 등 상당수가 중국 기업이었다. 한국 업체는 전용 전시관엔 한 곳도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군사용은 물론 무인택배, 무인촬영 등 상업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IT 신시장’에서 한국이 뒤처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워치 일변도에서 벗어나 패션 상품으로 거듭났다. 일본 로그바는 와이파이를 통해 집안의 모든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반지 ‘링’을 내놨다. 반지를 톡톡 치는 것만으로 집 안 조명을 조절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소니는 칼로리 소비량 등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화통화도 할 수 있는 스마트밴드 ‘토크’를 공개했다. 스마트워치 중에는 삼성전자의 ‘기어S’가 눈길을 끌었다.

가상현실 기기 시장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얼굴에 착용하고 스마트폰과 연결해 3차원(3D) 영상을 즐길 수 있는 기어VR을 전시했다. 기어VR에 특화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밀크VR’ 서비스도 선보였다.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미국 프로농구 같은 스포츠 중계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디자인 업체인 ODG는 와이파이와 자동 초점 카메라, 스테레오 오디오, 고화질(HD) 디스플레이가 지원되는 선글라스 형태의 스마트글라스를 내놨다.

HP는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제품인 ‘Zvr’을 공개했다. 3D 입체영상을 넘어 홀로그램 시대에 진입하려는 HP의 첫 시도다. 화면 속 콘텐츠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며 특수펜을 통해 화면 속 가상의 물체를 회전하고 이동시킬 수 있다.

‘CES의 꽃’으로 불리는 TV는 올해도 혁신을 거듭했다. 세계 1, 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슈퍼초고화질(SUHD) TV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새로운 간판 상품으로 내세웠다. 기존 프리미엄 제품인 초고화질(UHD)의 성능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본 소니는 두께가 4.9㎜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UHD TV를 들고 나왔고 중국 1위 TCL은 세계 최대 크기의 110인치 커브드(곡면) UHD TV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당초 CES 개막 전 올해 TV 시장의 최대 화두로 꼽혔던 ‘퀀텀닷(전압을 가하면 빛을 내는 반도체) TV’는 예상과 달리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SUHD는 퀀텀닷 TV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LG전자는 OLED TV에 주력했다.

라스베이거스=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