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로 변한 수도권 규제…"기업 성장하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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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설 막혀 사업구조 뒤틀리고 투자 '올스톱'경기 이천의 건강기능식품업체 뉴트리바이오텍은 지난해 500만달러 수출탑을 받으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남모를 고민이 있다. 수차례 증설하는 과정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공장부지면적 제한(3만㎡) 규제의 턱밑에 이른 것. 이제 더 이상 공장을 지을 수 없다.
세종시·혁신도시 일단락…이젠 수도권 풀어야
오랜 세월 기업의 불편을 초래한 수도권 규제는 ‘성역 중의 성역’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지난 32년간 정부는 뒷짐을 지고 국회는 쌍심지를 켜고 반대해왔다. “수도권 규제를 풀지 않고는 기업의 투자심리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는 경제계의 호소는 철저히 외면당했다.수도권 규제는 역설적으로 기업 성공을 ‘처벌’하는 독소적 성격을 띠고 있다. 성장 과정에서 공장, 물류센터, 업무용 빌딩 등을 신·증축하려면 어김없이 막아서는 것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필두로 한 규제법령이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든가, 아니면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뉴트리바이오텍을 포함해 하이트진로 샘표식품 토판포토마스크 신세계푸드 진로발렌타인스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업이 이 같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데도 수도권 규제는 괴물처럼 끄떡도 않고 있다”(A사 사장)는 하소연은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그동안 세종시와 지역 혁신도시로 6만명 이상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이 내려가고 줄잡아 100조원이 넘는 예산이 지역 균형 발전에 투입됐는데도 요지부동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수도권 규제 혁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보고 특별취재팀을 구성,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의 실상과 폐해를 파헤치기로 했다. 규제로 사업구조가 뒤틀리고 또 다른 불균형을 야기하는 산업현장의 민낯을 드러낼 것이다.
특별취재팀장=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