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오일쇼크' 국내 증시, '지배구조 이슈'로 회생할까

국제유가 하락 영향에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가 연초 지배구조 이슈로 다시 달궈질 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父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 시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두 아들의 지분 확보 경쟁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다.이밖에 SK그룹과 한진그룹 등도 지배구조 정리의 대상이 되면서 이와 관련한 수혜주가 다시 한번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다.

13일 오전 10시30분 현재 현대모비스는 전날보다 10.29% 오른 26만2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 매각 추진 소식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모비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 부자가 추진했던 현대글로비스 13.4% 지분 매각이 이날 불발됐다. 현금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큰 물량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이에 이날 주식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의 주가 '희비'가 갈렸다. 현대모비스는 급등한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장 시작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하지만 그룹 승계 후보 1순위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모비스 지분이 없어 이번 매각을 추진했던 것으로 관측됐다.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 13.4%를 매각해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지분을 30% 이하로 낮추는 동시에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것이란 설명이다.롯데 지배구조 관련 수혜주들도 관심 대상이다.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그룹 내 모든 보직임원에서 물러나면서다.

또한 지난해 초부터 신 전 부회장과 동생인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 간 계열사 지분 경쟁까지 촉발됐기 때문에 향후 롯데그룹 승계 작업을 앞두고 형세 간 '경영권 싸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 중 롯데제과와 롯데쇼핑이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호텔롯데는 국내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쇼핑 지분 7% 가량을 보유해 그룹 상장사 중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이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 C&C도 관심 있게 볼 만한 종목이다. SK C&C는 SK그룹의 지주사인 SK 지분을 31% 가량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SK C&C 지분은 32%다. 한진 역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수혜를 볼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이 시장에 이슈로 나오면서 다른 기업들 역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는 지주사 전환 세제 혜택이 끝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지배구조 전환의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