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정지선·정용진 유통家 오너들, '식품'에 군침 흘리는 이유는

새해 국내 3대 유통그룹의 초점이 '먹거리 계열사'에 쏠리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바람이 유통가를 향하면서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식품 계열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백화점·마트 등 전통 유통채널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식품이 신(新) 성장사업으로 부각된 것도 이 같은 '편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롯데·현대百 형제들, 식품사 편애하는 이유는
/왼쪽부터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유통업계 1위 롯데가(家)의 최대 이슈는 오너 2세 후계구도다. 구순(九旬)의 나이를 넘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지난 8일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을 주요 계열사 임원직과 일본 롯데 지주회사인 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시켰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사이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을 찾는 등 2세 후계구도가 요동쳤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은 그룹 내 식품 계열사인 롯데제과에서 시작됐다. 형제는 2013년 말 롯데제과 주식 매입으로 10년 만에 지분 경쟁을 재개했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롯데제과 주식을 13개월간 사들이며 신 회장과의 지분차를 2013년 중순 1.86%포인트에서 지난해 8월 말 기준 1.42%포인트로 줄였다.

롯데제과는 그룹 계열사간의 복잡한 순환출자와 지분구조의 중심에 있다. 51개 기업의 순환출자 구조 속에 12개 고리에 연결돼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롯데쇼핑, 호텔롯데와 함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그룹의 경영권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롯데제과의 지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재계에선 향후 후계구도에서 롯데제과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롯데제과는 계열사 주식을 비교적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있어 이에 따른 기업가치 향상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제과는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을 갖고 있어 지분 경쟁을 앞둔 오너가가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까지 이어진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 상승으로 미뤄볼 때,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축에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식품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도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다.현대백화점을 비롯해 현대홈쇼핑 현대리바트 현대드림투어 현대H&S 현대LED 씨엔에스푸드시스템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가치만 약 1조원에 달한다.

주요 주주는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정교선 그룹 부회장(15.3%)과 정지선 그룹 회장(12.7%)이다. 그룹 내에서 두 형제가 30%에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현대그린푸드가 유일하다. 지배구조 개편의 총성이 울린 상황에서 현대그린푸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함께 백화점과 홈쇼핑의 비중이 높은 현대백화점은 새로운 먹거리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유통그룹 중에서도 보수적인 편인 이 그룹은 안정적으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분야로 식품 사업을 꼽고 있다.또 그룹 차원에서 현대그린푸드의 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0년 발표한 'PASSION VISION 2020' 전략에서 합병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를 언급한 후 한섬, 현대리바트, 현대LED 등을 인수했다. 웅진식품, 동양매직, 위니아만도 등 이종 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계열사 중 한 곳이 현대그린푸드"라며 "사업형 지주회사로써의 사업 확장 전략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용진 부회장, 업황 부진의 대안은 '신세계푸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신세계푸드 덩치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유통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식품'을 대안책으로 선택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2월 신세계SVN과의 합병을 통해 베이커리 사업부를 새로 추가하고, 이마트와 위드미향 간편가정식(HMR) 자체브랜드(PB) 제품 공급을 확대키로 했다. 그룹 내 급식업체에서 종합식품회사로 규모를 키운 것이다. 또 한식뷔페 '올반'과 하우스맥주펍 '데블스도어' 등을 선보이며 외식사업부를 강화했다. 특히 데블스도어는 정 부회장이 장기간 시장성을 점검하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신세계푸드는 그룹의 지원 등에 힘입어 실적 부진을 털어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까지 총 10개의 쇼핑몰과 아웃렛을 출점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의 푸드홀, 쟈니로켓 등 외식 브랜드가 점포당 2~3개 입점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20~30여개점의 출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이마트와 위드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20% 수준인 PB 제품의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들 계열사에 식품 PB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신세계푸드가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셈이다.또 다른 관계자는 "2013년까지만 해도 신세계푸드의 매출 비중은 단체급식과 식자재유통에 치우쳐 있었지만 현재는 종합식품회사가 되는 초입에 들어섰다"며 "장기적으로 비계열사 공급까지 진행하며 그룹 내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