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재생] "뉴욕 하이라인파크, 단기간내 지역경제 살린 도시 재창조 모델"

박원순 서울시장 美 컬럼비아대 교수 간담회

하이라인파크 조성 10여년
인근 부동산 가격 오르고 젊은층 선호지역으로 탈바꿈

서울역 고가 엘리베이터 설치 등 접근성 강화에 초점 맞춰야
박 시장 "대표 스카이라인 될 것"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15일 신청사 6층에 있는 시장 집무실에서 미국 뉴욕 하이라인파크를 설계한 리처드 플런즈 컬럼비아대 교수와 만나 도시재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서울역 고가도로는 앞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스카이라인이 될 것입니다. 서울역 인근 지역 경제의 부활에 기여하고 관광객이 몰려드는 서울의 명소로 만들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5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리처드 플런즈 교수를 비롯한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교수들로부터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시 주요 간부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교수 7명과 대학원생 23명이 참석했다.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은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로부터 건축 분야에서 세계 3위 대학원으로 선정됐다. 플런즈 교수는 폐철로에 꽃과 나무를 심어 뉴욕 맨해튼의 명물이 된 하이라인파크를 설계한 전문가다.

박 시장은 간담회가 시작되자마자 플런즈 교수에게 서울역 고가 사업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다. 플런즈 교수는 “하이라인파크는 도시가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재탄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뉴욕에만 있는 독특한 조형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창조해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이라인파크는 1934년부터 1980년까지 고가철로였다. 열차 운행이 1980년 중단된 뒤엔 뉴욕 도심의 흉물로 방치됐다. 뉴욕시는 2006년부터 1.6㎞에 이르는 고가철로 위에 꽃과 나무를 심고 다양한 형태의 벤치를 설치해 지상에 떠 있는 ‘하늘공원’으로 조성했다. 그 결과 지금은 뉴욕의 대표적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플런즈 교수는 하이라인파크 조성과 관련한 다양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하이라인파크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활용 방안을 놓고 각계각층에서 논의가 진행됐다”며 “심지어 철로 위에 주택을 건설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회상했다. 플런즈 교수는 “2001년 취임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놓고 고민한 끝에 시민을 위한 공원을 조성해 공공장소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라인파크가 조성될 당시만 해도 인근 지역의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인근 부동산 가격이 뛰어 젊은 층이 선호하는 지역이 됐을 정도로 도시재생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컬럼비아대 교수들은 서울역 고가가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행 접근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역 고가와 연결되는 출구와 엘리베이터 등을 많이 만들어 시민들이 자주 오갈 수 있는 공공장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는 하이라인파크처럼 보행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향후 서울의 다른 도시재생도 보행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플런즈 교수는 하이라인파크를 조성할 당시에도 공원화를 반대한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도 인근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교통난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플런즈 교수는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하이라인파크는 조성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계속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며 “시간에 쫓기지 말고 충분히 시민들을 설득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경민/이현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