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보경 한국전시산업진흥회장 "전시는 '마이스의 뿌리'…관광·쇼핑 등 연계해 부가가치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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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창조 아이콘, MICE산업“전시산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전시산업을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보고 이에 맞는 산업 육성 전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인터뷰 / 변보경 한국전시산업진흥회장
해외네트워크 구축해 국제화
지역 특화 콘텐츠로 차별화
주최자와 장치·서비스 업체
모두 성장하는 相生문화 조성
변보경 한국전시산업진흥회장(코엑스 대표)은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전시산업은 더 이상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팔기 위한 무역진흥의 수단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변 회장은 “전시산업은 ‘마이스(MICE) 산업의 뿌리’”라고 규정하면서 “전시산업 육성을 통해 한국 MICE 산업 성장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하는 MICE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시가 근본이요 시작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집무실에서 변 회장을 만났다.▷지난해 9월 취임 후 진흥회장으로 활동한 소감은.
“전시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독일, 미국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전시산업이 경쟁력을 갖춘 나라치고 후진국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경제 규모에 걸맞은 전시산업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전시산업을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전시산업은 최근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서비스·MICE 산업 성장과도 연관된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전시산업을 육성하면 서비스 산업도 같이 성장한다는 말인가.“그렇다. 전시산업은 단순히 기업이 제품을 팔기 위한 수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시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전시장을 중심으로 숙박, 관광, 쇼핑,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것도 전시산업을 통해 서비스 산업·MICE 산업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산업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전시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전시산업은 MICE 산업의 뿌리와 같다. 컨벤션, 콘퍼런스, 관광 모두 전시산업에서 파생된 것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잘 자라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MICE 산업이 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시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전시산업이 지닌 가치에 대한 재조명과 더불어 우리 전시산업진흥회의 기능과 역할도 재정립돼야 한다.”▷진흥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진흥회는 한국 전시산업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국내 전시산업의 성장을 위해 정부와 업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시장 운영자는 물론 전시 주최자, 장치업체, 서비스업체 등 산업구성원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진흥회의 위상을 높이자는 차원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진흥회가 낮은 곳에서 산업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정부에 건의하고 실현 가능한 육성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시산업의 국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이 역시 진흥회가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부분이다. 전시산업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이들이 스스로 국제화에 나서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진흥회가 먼저 국제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해외 각국 정부, 기관은 물론 해외 주최자들과도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를 국내 전시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교두보를 마련해 줘야 한다.”
▷전시산업 국제화를 위한 방안은.
“전시산업의 국제화는 단순히 해외 바이어와 기업을 유치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제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외 기업과 바이어가 몰려오는 전시회를 만들기 위해 해외 주최자와의 제휴·협력도 적극 시도해야 한다.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제휴가 아니라 피를 섞는다는 자세로 조인트 벤처와 같은 비즈니스 믹스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선진 해외 주최자가 보유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그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전시산업이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한 분야인 만큼 국내에서 성공한 전시회는 해외 진출도 적극 시도해야 한다.”
▷지방 전시장 활성화 등 지역균형 발전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시산업은 물론 MICE 산업이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균형성장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지역 전시산업, MICE 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 지역별로 특화된 콘셉트를 개발해 고유의 영역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별 특성과 장점을 활용한 새로운 지역연계 비즈니스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위한 진흥회의 기능과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진흥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국내 전시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시주최자, 장치·서비스 업체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선 절대로 산업이 커 나갈 수 없다. 전시업계에 상생과 협력의 문화를 정착시켜 전시산업이 건전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이선우 한경닷컴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