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격차 40원대 불과…기로에 선 알뜰주유소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은 싸게 판다 해놓고선…

가격 경쟁력 확보 어려워…알뜰주유소 증가세 주츰
정부 민간참여 허용 추진…"사실상 발빼기" 지적도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등장한 알뜰주유소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알뜰주유소 1호점이 등장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일반 주유소와의 휘발유값 격차가 당초 목표(L당 70~100원)보다 낮은 L당 40~50원 정도에 불과해서다. 게다가 알뜰주유소 운영에 민간 참여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반 주유소와 가격 차 제자리“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2011년 4월 시작된 ‘석유가격 정상화 정책’의 첫 작품이 알뜰주유소다. 알뜰주유소는 그해 12월 1호점이 생겨났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로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을 공급받는 구조다. 일반 주유소들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의 간판을 달고 장사하는 정유사 폴주유소와 다른 점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알뜰주유소는 1135개로 전국 전체 주유소의 8.9%다.

지난 18일 기준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459.89원이었다. SK에너지 폴주유소에 비해 L당 53.13원이 더 쌌다. 석유공사와 농협이 입찰을 통해 대량으로 값싸게 구매한 유류를 저렴하게 공급받는 덕분이다.문제는 알뜰주유소의 취약한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싼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 비해 L당 20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세차 혜택, 화장지 등 경품, 할인 포인트 등을 감안하면 일반 주유소에 비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반 주유소보다 L당 70~100원 싸게 기름을 팔겠다던 당초 정부 목표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민간 참여 허용 땐 무용지물 우려알뜰주유소 증가세도 주춤거리고 있다. 2012년에는 843개의 알뜰주유소가 문을 열었으나 2013년에는 187개, 지난해에는 104개로 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반 주유소들이 알뜰주유소로의 전환을 머뭇거리는 데는 정부 지원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기름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지만 초기 최대 3000만원의 지원금을 제외하고는 간판 수리나 도색 등 시설관리 비용을 전액 자체 충당해야 하는 등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정유사 폴주유소들처럼 수시로 설비 개선과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최근 정부가 알뜰주유소 운영에 민간 참여를 추진하고 나선 것도 부담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공사 도로공사 농협 등으로 3원화된 알뜰주유소 운영 주체를 통합한 별도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알뜰주유소의 가격경쟁력이 나빠질 수 있다. 정부는 단일 운영법인에 정유사 항공사 등을 주주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업계 관계자는 “운영법인이 독립하면 석유공사 등의 물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돼 운영비용 등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알뜰주유소의 유류 판매가격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