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갑부가 미술시장 '돈줄'…작년 17조원 베팅

작년보다 15% 늘어…사상 최대
크리스티 9조·소더비 7.6조 매출
중국 3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로 꼽히는 화이브러더스(華誼兄弟)의 왕중쥔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 ‘정물, 데이지와 양귀비 꽃병’을 예상가의 세 배가 넘는 6180만달러(약 672억원)에 사들였다. 중국인이 해외에서 산 것 가운데 가장 비싼 그림이다.

중국 신흥 부자 등 슈퍼리치들이 고가 예술품 구매에 나서면서 국제 미술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1일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지난해 경매와 사적 중개를 통해 전년보다 17% 늘어난 84억달러(약 9조1300억원)어치의 순수 예술품과 장식 예술품을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소더비 역시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어치 이상의 그림과 보석, 디자인 등 예술품을 팔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크리스티와 소더비의 매출 합계 추정치는 154억달러(약 17조원)로 2013년(134억달러)보다 15% 늘어났다. 두 회사 모두 설립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예술품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은 신흥 갑부들이 예술품 구매자 대열에 속속 합류한 데다 30~40대 디지털 세대 구매자들의 온라인 경매가 급증한 덕분이다. 두 회사는 작년 경매 고객의 3분의 1가량이 처음으로 예술품을 산 신규 고객이라고 밝혔다.

신흥 슈퍼리치들의 왕성한 ‘미술품 식욕’에 그림값도 치솟았다. 배혜경 홍콩크리스티 한국사무소장은 “지난해 1000만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린 초고가 그림은 2013년에 비해 48%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색면추상 화가 바넷 뉴먼의 작품 ‘블랙 파이어Ⅰ’이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8416만달러(약 840억원)에 팔려 작년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또 미국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미지로 제작한 작품은 8292만달러에 낙찰됐다. 영국 작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존 에드먼드의 초상’(8080만달러), ‘조지 드와이어의 초상’(7004만달러), 사이 톰블리의 ‘무제’(6960만달러), 마네의 ‘봄’(6512만달러), 후앙 그리스의 ‘체크무늬 식탁보’(5670만달러), 중국 불화(4515만달러) 등도 초고가에 각각 낙찰됐다.

크리스티의 최고경영자인 파트리샤 바르비제는 “크리스티를 통해 미술을 구입한 슈퍼리치들은 지난 한 해 동안 현대미술품 28억달러, 근대미술품 16억달러, 19세기 이전 예술품 2억8830만달러어치를 각각 사들였다”며 “지역별로 보면 미국인이 38%로 가장 많고 유럽인이 35%, 아시아인이 27%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