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김효주 등 앞세워 스타마케팅…스릭슨, '골프볼 지존' 타이틀리스트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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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릭슨 볼 쓰는 선수 작년 78승…매출 113%“챔피언은 바뀐다.”
타이틀리스트 "사용률 5~9배…경쟁상대 안돼"
던롭 스릭슨이 골프볼 1위 업체인 타이틀리스트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지난해 만든 TV 광고 카피다. 골프 클럽이나 용품과 관련해 자사 제품의 장점을 내세운 광고는 흔하지만 경쟁 업체를 겨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골프볼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 골프용품 업체 관계자는 “골프 클럽 판매가 부진하자 주요 클럽 메이커들이 소모성 용품인 골프볼 부문에 관심을 갖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릭슨, ‘박인비, 김효주 효과’
스릭슨은 ‘Z-STAR’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박인비 김효주 최경주 등 국내 최고 스타들을 동원해 상당한 재미를 봤다. 스릭슨에 따르면 지난해 스릭슨 Z-STAR 시리즈 매출은 2013년 대비 112% 성장했다. ‘박인비 효과’에 이어 ‘김효주 효과’를 함께 누린 결과다. 아울러 스릭슨 볼을 사용한 프로들이 전 세계 프로골프투어에서 78승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선수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면서 쓰고 싶다는 주문이 늘고 있다. 미 LPGA투어로 진출한 백규정은 볼을 테스트해보고 싶다고 먼저 요청해왔다고 한다. 최근 출시한 ‘뉴 Z-STAR 시리즈’도 올해 박인비 김효주 최경주 외에 이보미 김형성 전인지 허윤경 김하늘 이민지 등 유명 선수들이 사용한다.
◆타이틀리스트, 선수들에 압도적 인기
2000년 Pro V1 골프볼 출시 이후 독보적인 1위를 점하고 있는 타이틀리스트는 올해 여덟 번째 업그레이드 모델인 ‘8세대 Pro V1’을 출시해 스릭슨의 공격에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타이틀리스트 골프볼은 미국의 권위있는 리서치기관인 ‘대럴서베이’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 PGA투어에서 60%, LPGA투어에서 69%의 압도적인 선수 사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PGA투어 45개 대회 중 26개, LPGA투어 32개 대회 중 16개 대회에서 타이틀리스트 볼을 사용한 선수가 우승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4명 가운데 3명꼴인 74%가 타이틀리스트 볼을 사용했으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는 57%의 사용률을 보였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타이틀리스트는 브랜드 태생 때부터 특정 스타 플레이어 1~2명에게 집중하는 ‘스타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다”며 “많은 선수가 선택하는 볼이 최고의 퍼포먼스와 품질을 대변한다는 생각으로 ‘투어 마케팅’을 펼쳐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 사용률 2위 브랜드(스릭슨)는 PGA투어 13%, LPGA투어 8%에 불과해 타이틀리스트와는 5~9배 차이가 있다”며 경쟁 상대가 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골프볼, ‘소프트’ 경쟁도 치열올해 출시된 골프볼들은 모두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스릭슨의 뉴 Z-STAR 시리즈는 기존 제품보다 21% 부드러운 외부 코팅 소재를 적용해 한층 소프트한 타구감과 안정된 스핀 성능을 느끼도록 했다. 또 볼 표면에 있는 324개 딤플 크기의 균일도를 높여 공기 저항을 감소시켰다. 2월에 출시되는 타이틀리스트 8세대 Pro V1과 V1x도 코어(볼 중심 소재)의 배합을 바꿔 가장 부드러운 코어와 타구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캘러웨이는 부드러운 볼이 비거리에 불리하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크롬소프트 볼’을 지난 16일 출시했다. 김흥식 캘러웨이골프 이사는 “볼 코어의 압축 강도는 매우 부드럽지만 탁월하게 빠른 복원력으로 운동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드라이버샷에서의 백스핀을 감소시켜 비거리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사용하는 나이키골프의 RZN 볼 역시 가벼운 코어 소재와 업그레이드된 외부 코팅 기술로 부드러운 타구감에 초점을 맞췄다. 스윙 스피드에 따라 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브리지스톤골프는 지난해 코어에 물 성분을 첨가해 소프트하게 만든 B300 시리즈를 선보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