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문식 자동차공학회장 "한국 차산업 키우려면 인재 양성해야"

완성차 등 글로벌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 필요
국내 대학 기술 뛰어나…자작車대회 관심 가져달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성장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창의적인 인력 양성입니다."

한문식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60·사진)은 자동차 산업 발전에 앞서 산학이 훌륭한 인재들을 찾아내고 키워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하기 위해 기업들은 우수 인력을 찾아낼 줄 알고 대학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을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자동차공학회 제공
그런 의미에서 학회가 매년 개최하는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는 정부나 기업, 연구기관들이 눈여겨봐야 할 행사라고 한 회장은 설명했다. 지난해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그는 올해도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구에 있는 계명대 자동차기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한 회장은 지난 6년 간 학회 부회장을 맡아오다 작년 말 제28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1년. 수도권이 아닌 지방대 교수가 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지난해 교육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자동차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한 회장은 올해 산학연관이 유기적인 협력으로 우수한 부품 업체들의 R&D(연구개발) 기술을 대기업과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급변하는 자동차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국제 대회도 자주 열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난 20일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학회 사무국에서 그를 만났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기술 경쟁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요.

"자동차가 이동 수단에서 인간 친화적인 안전과 편의 장치를 갖춘 생활필수품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보행자를 인식해 긴급 제동을 통한 사고 회피 및 경감 기술, 긴급 통화 기능, 차량용 앱(어플리케이션) 관련 기술,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등이 최근 자동차 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또한 자동차와 IT기술이 급속히 융합하면서 스마트카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 개발에 글로벌 업계의 R&D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유럽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차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입니다. 지난해 테슬라가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전기차(EV) 관련 특허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최근 도요타가 수소연료전지차(FCV)의 특허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요. 완성차 업계 역시 시장 선점을 위한 활발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차의 품질 향상과 기술 발전을 위해 필요한 노력들은."자동차 신기술 개발 능력을 함양하고 선진국과의 기술 경쟁을 통해 글로벌적 개발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합니다. 기초기술과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완성차와 부품업계의 과감한 R&D 투자와 신기술 개발 역량을 높여 산업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죠.

또 산학연의 협력을 통해 대학과 연구소에서 연구개발한 기술이 산업체에 접목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향후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잃지 않고 우리 기술을 국제표준에 적용해 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산업계는 표준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수입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데요.

"수입차 업계는 2020년께 국내 점유율이 25~30%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수요 또한 계속 늘어나는 추세로 수입차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한 가격 인하, 고효율 연비를 앞세운 디젤차,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은 다양한 차종등으로 인해 수입차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입차 가격이 떨어지고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2000cc 미만의 차량이 가장 많이 팔리고 구매자 중 30대의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완성차는 이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우리 업계도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꾸준한 연구개발과 차종의 다양화, 완성차와 부품업계의 동반성장을 이뤄내야 할 것입니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주행 상황을 판단해 차량을 제어함으로써 스스로 주어진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인지, 측위, 제어 기술로 이루어진 자율주행 자동차의 성능을 결정짓는 것은 차량 자체보다 핵심 센서 개발과 차량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이죠.

우리나라는 차간거리 제어 시스템, 보행자 회피 기술 등 일부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지만 핵심을 이루는 GPS나 센서 기술은 아직 미흡한 게 많습니다. R&D 등 정부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최근 미국 CES(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보여준 기술적 성과 및 진보를 고려할 때 도심 자율주행의 상용화 가능 시기는 2020년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학회는 올 한해 어떤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올해 5월에는 세계 최대의 국제전기차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를 열어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전기차에 대한 연구 및 기술내용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자동차 기술에 대한 지식 축적과 함께 인재양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를 8월 군산 새만금에서 개최할 예정으로 160개 자작자동차와 20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성대한 대회가 예상됩니다. 우리 자동차 미래가 밝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회가 될 것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전기차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해 학생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확대할 예정입니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데요. 우수 인력들 취업 문제는 없는지.

"정부에서 자작자동차대회 참가 학생들을 관련 기업이 채용할 때 우선 순위나 가산점 등 규정을 둔다면 자동차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할 거라 확실히 믿고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완성차 뿐 아니라 부품업체에 취업하면 정말 일 잘할 겁니다.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대회 참가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고 자동차에 미쳐 있으니까요.

최근 많은 기업들이 업무 체험 능력을 본다고 하지만 아직도 영어점수, 학점 등 스펙에 갇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대회 출신들을 찾는 등 조금씩 바뀌고 있더군요. 부품업체까지도 빨리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자동차공학회는1978년 설립된 자동차공학회는 한국의 자동차공학을 대표하는 비영리 학술 기관이다. 2만3000여 명의 개인회원과 완성차 5사와 기업, 연구소 등 600여 곳의 법인·단체회원이 가입돼 있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기술교류의 장으로 매년 정기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2015년도 주요 행사로는 5월 세계 전기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 8월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11월 자율주행자동차 대회 등이 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