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비즈니스 포럼] "韓콘텐츠와 中자본·시장 합치면 할리우드 대항마 될 것"

한·중 FTA 이후 新경쟁협력시대
한국경제신문과 대한상공회의소가 23일 공동 주최한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 기업인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큰 자본과 시장을 보유한 중국과 트렌드를 이끄는 한국이 만나 문화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할리우드에 대항할 수 있는 ‘세계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23일 한국경제신문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신경쟁협력시대’를 주제로 한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지난해 11월 한·중 FTA 협상 실질적 타결선언을 계기로 상품, 서비스, 투자 분야에서 양국 경제 협력의 강도와 속도를 높이자는 주문이 이어졌다. 특히 전통적인 무역 분야인 상품뿐 아니라 문화 콘텐츠 등 서비스 시장과 환경산업 시장 등에 대한 양국의 교류를 통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지재권 보호” 콘텐츠 협력 기반될 것

이날 김현우 GB보스톤창업투자 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중국 서비스산업이 내수 의존을 벗어나 글로벌화되면서 교역 규모만 연평균 18%씩 증가하고 있다”며 “한·중 FTA 체결을 계기로 중국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시장 중에서도 최근 한·중 FTA 체결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콘텐츠다. 중국은 한·중 FTA 타결을 통해 그동안 막아왔던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처음으로 개방했다.김 대표는 “한국 콘텐츠 시장은 새로운 소비시장이 절실한 상태”라며 “한국 영화산업의 검증된 창의성과 중국 투자자본을 결합해 새로운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한국 감독과 공동제작하고 싶다’는 중국으로부터의 구체적인 문의도 많다”며 “FTA를 통해 지식재산권 보호의 기반이 마련된 만큼 두 나라가 콘텐츠를 합작 제작한다면 ‘두 나라만의 영화’가 아닌 ‘전 세계 영화’가 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콘텐츠 합작 실험이 성공한다면 두 나라 모두 현재 적자인 대(對)세계 서비스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더 주한 중국상회 명예회장은 “한·중 FTA를 계기로 양국의 경제 협력 기조도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시대’를 맞이했다”며 “중국의 자본과 한국의 혁신이라는 경쟁력을 수평분업적으로 연계해 나오는 시너지는 ‘1+1=2’라는 공식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중소기업 간 협력 절실”

중국을 생산기지로만 활용할 게 아니라 이제 내수 시장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중 수출은 대부분 완제품보다는 가공무역을 위한 중간재 중심이었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중국의 현지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생산기지로서 활용성이 떨어지는 데다 소비 여력이 증가하면서 가공무역보다는 내수시장을 공략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원장은 “상대국 내수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 중국의 제조 중소기업과 유통 중소기업을 연결시켜 줘 협력할 수 있는 다리를 양국 정부가 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뿐 아니라 최근 산업 발전으로 소비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소 도시를 공략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중 FTA 체결로 신흥도시의 물류·통관 등 수출입환경이 개선된 만큼 허페이 샤오싱 등 중국 신흥 도시와의 교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공장의 아시아 표준을 만들어 국제표준 제정에 적극 참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304조원 中 환경시장 공략해야”

급성장 중인 중국 환경시장에 대한 진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은 최근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30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중 FTA 체결로 한국은 중국에 하수처리서비스 등 5개 분야에서 손쉽게 현지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환경기술기업인 KC코트렐의 이태영 대표는 “미세먼지 피해를 막아주는 습식 전기집진기 기술, 온실가스를 줄이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 등이 중국 시장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국과 협력해 환경 기술을 공동 개발, 필리핀 등 제3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협력 모델까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