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기술자립 주역' 한필순 원자력硏 고문 별세

한국 표준형 원자로 개발
한국형 수류탄 등 국방현대화 주도

한국 원자력 기술 자립 신화를 이끈 ‘원자력계의 대부’ 한필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이 별세했다. 향년 82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 전 소장이 25일 오전 10시30분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타계했다고 밝혔다. 평안남도 강남군에서 출생한 그는 공군사관학교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석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무기 국산화 사업에 참여했다. 당시 한국형 수류탄과 방탄철모 등을 개발하며 국방 현대화를 주도했다.

1982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전신인 한국에너지연구소 대덕공학센터장으로 부임하며 원자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1년까지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과 한국핵연료주식회사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원자력 기술 자립을 제1의 목표로 삼아 중수로 및 경수로 핵연료 국산화, 원자력발전 기술 핵심인 한국표준형 원자로 개발 등 한국 원자력 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09년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상용 원전을 수출한 데는 기술자립에 대한 한 전 소장의 투철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4년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문으로 위촉된 그는 거의 매일 연구원에 나와 한국원전개발사 등 원고 집필에 매진했으며 타계 전날인 24일에도 오후 7시까지 원고를 집필하다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 장남 기철, 장녀 윤주(퓨전한식집 콩두 대표), 차남 기석(한국화이바AMS 근무)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 발인 29일 오전. 장지는 대전현충원이다. 02-2258-5940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