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가신용 '투기등급'으로 강등

S&P, BB+로…루블화 6.6%↓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BB-보다 한 단계 낮은 투기등급인 BB+로 강등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이 된 것은 2005년 이후 10여년 만이다.

S&P는 “루블화의 급변동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금융시스템 통제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석유 수출이 감소해 러시아가 외화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 역시 등급 강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러시아는 지난달 기준 3790억달러에 달하는 외화보유액을 갖고 있지만 저유가로 외환보유액이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이다. 안톤 실라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S&P가 국부펀드나 외화보유액 등 러시아 경제의 강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러시아 경제를 과소평가한 지나친 비관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루블화 환율 추가 하락, 해외 투자자 이탈, 자본 유출 가속화 등 부정적 여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팀 애시 스탠더드뱅크 투자전략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의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도 조만간 러시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와 피치는 이달 초 러시아 신용등급을 각각 투기등급 바로 위 등급인 ‘Baa3'와 ‘BBB-’로 낮췄다. 이날 러시아 금융시장은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로 루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 대비 6.6% 폭락해 달러당 68.799루블을 기록했고, 러시아 증시 대표 지수인 RTS는 전날보다 4.83% 떨어졌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