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현실을 겨눈 시인의 펜끝…이진우 씨 시집 '보통 씨의…' 출간

시인 이진우 씨(50·사진)의 신작 시집《보통 씨의 특권》(시인동네)이 출간됐다.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씨가 2003년 이후 처음 내놓은 시집이다. 시인은 표제작에 등장하는 ‘양심적인 자본주의자 보통 씨’를 풍자하며 자본주의의 그늘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서울에서의 삶을 접고 고향 근처인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에서 살고 있는 시인이지만 그의 눈은 서울을 바라보고 있다. 자본주의의 풍요로운 삶을 즐기고 있지만 자신에게 닥친 비극적인 현실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을 슬픈 눈으로 본다.‘세기의 혁명가들과 더불어/혁명을 소비한다만/불쌍하게도 보통 씨는/사내게시판에 올라온/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을 아직 보지 못했다’(‘보통 씨의 특권’ 부분)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 철학적 사유가 돋보이는 시들을 담았다. 서울이란 거대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사는 시인은 우주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도덕경’, ‘에피큐로스 행복론’, ‘노자의 시창작 강의’ 등의 시를 읽으면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우주와 인간을 생각하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시집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