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체납자 가택수색 나선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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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50억 징수 성과
악성체납자 1080명 대상 작년 73차례 '급습'
다이아몬드 반지·벤츠 등 압류물품 공매 처분
"지갑까지 털어서 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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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문을 열어 주지 않아 관내 경찰을 불렀다. 집주인은 징수팀과 30분간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현관문을 열었다. 경찰관 입회 아래 압수수색을 했지만 체납자 가족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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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수팀은 집안을 둘러보고 입이 벌어졌다. 거실과 안방은 평소 보지도 못한 화려한 장롱과 진열장 등 수입가구로 채워졌고 수납장과 선반에는 금두꺼비 등 귀금속과 명품 가방 및 시계 등 고급 액세서리가 30여개나 진열돼 있었다. 자가용도 1억원이 훨씬 넘는 벤츠였다. 징수팀은 이들 물품을 압수하고 가구 등과 규모가 큰 물건 및 자동차는 체납스티커를 붙여 곧바로 공매 조치했다.성남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고액 체납자가 늘어나자 고육지책으로 가택 수색을 통한 강제 징수에 나섰다. 지난 한 해 악질 체납자에 대한 가택 수색을 73차례 벌여 체납세 150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은 성남시 지방세 체납액 총 징수액 903억6200만원의 16%에 해당한다. 가택 수색은 700만원 이상 체납자 108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간혹 인권 침해 논란을 빚기도 한다. 이유태 징수팀장은 “공무원증과 체납 징수안내 공문만 들고 가면 수색영장과 같은 법적 효력이 있다”며 “압수수색 전에 충분한 설명과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징수팀들도 애로사항이 많다. 한 징수팀원은 “가택 수색 때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많고 경찰관 입회 아래 열쇠공을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갈 때도 많아 마음이 불편하다”며 “‘죽여버리겠다’ ‘공무원생활 못하도록 하겠다’ 등의 협박을 당하는 것은 다반사”라고 했다.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체납자는 범법자이므로 지갑을 털어서라도 체납액은 꼭 징수해야 한다’고 힘을 실어줘서 지갑까지 뒤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성남=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