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뷔페에 작은 접시 두면 사람들이 덜 먹는다?

설득의 심리학 완결편

로버트 치알디니 외 지음 / 김은령·김호 옮김 / 21세기북스 / 352쪽 / 1만5000원
‘뷔페 레스토랑에 작은 접시를 두면 사람들이 덜 먹는 경향이 있다.’ ‘학교가 아닌 교회에 기표소를 마련했을 때 더 보수적인 쪽에 투표하는 사람이 늘었다.’ ‘계산서를 놓는 접시를 둥근 모양에서 하트 모양으로 바꿨더니 팁이 더 늘었다.’

환경과 주위 상황이 사람의 행동과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투표 장소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주고, 접시 사이즈로 칼로리 섭취에 영향을 준다. 환경의 작은 변화가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 내는 부분은 또 어디에 있을까? 업무 관련 회의나 협상의 자리라면 어떻게 될까?
설득·협상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치알디니 애리조나주립대 명예교수는《설득의 심리학 완결편》에서 작고 사소한 시도가 어떻게 놀라운 성과를 가져다 주는지 집중 탐구한다. 이 책은 1980년대 출간된 베스트셀러《설득의 심리학》의 후속작으로 다양한 52가지 사례들을 통해 사람을 만나거나 업무를 처리할 때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변화들을 보여준다. 저자는 상대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펼치거나 큰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보 제공 기술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정보가 제공되는 타이밍, 맥락을 조금 바꿈으로써 사람의 행동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입증한다.

저자는 주위 이야기에 따라 사람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2009년 세금 미납으로 골머리를 앓던 영국 국세청은 고지서 아래에 제때 세금을 낸 사람들의 숫자를 기록한 문구를 하나 넣었다. 새 고지서를 보내자 미납 세금 납부율이 57%에서 86%로 치솟았다. 호텔의 수건 재사용률에 대한 사례도 비슷했다. 투숙객들에게 ‘대부분 손님이 수건을 재사용한다’는 사실을 적은 카드를 객실에 비치하자 수건 재사용률이 26% 높아졌다. 이웃들의 행동에 발맞추려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만들어냈다.상대를 설득하려면 정보가 제시되는 심리적 환경도 잘 활용해야 한다. 정장을 입은 사람이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을 때 길을 건너면, 캐주얼한 차림을 한 사람이 건널 때보다 350%나 더 많은 사람이 따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환자들은 청진기를 걸고 있는 의료진이 전해준 메시지를, 그렇지 않은 의료진이 전해준 메시지보다 더 많이 기억했다. 정장과 청진기는 신뢰와 전문성을 알려주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한 것이다.

사업 상대에게 보내는 초기 이메일이 협상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연구도 흥미롭다. 한 협상팀은 비즈니스 파트너를 직접 만나기 전에 상대방에게 유머가 담긴 만화 한 편을 이메일로 보냈다. 다른 협상팀은 바로 만나 협상을 시작했다. 만화를 보내고 협상을 시작한 팀은 높은 수준의 신뢰를 이끌어냈고, 바로 협상을 시작한 팀보다 두 배나 많은 우호적인 결과를 냈다. 저자는 협상에 있어 단 1분 만이라도 더 투자해서 초기 대화를 인간미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단지 협상 상대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면, 신뢰와 이해를 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