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영화·숲의 도시 美 시애틀…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

커피처럼 감미로운 도시 美 시애틀
시애틀은 스타벅스가 시작된 도시다. 스타벅스 1호점의 모습.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만추’의 공통점은? 미국 시애틀에서 촬영했다는 것이다. 한 집 건너 스타벅스와 카페가 자리한 시애틀은 미국에서 커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 1호점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 있는 시애틀은 커피의 도시이자 영화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원조 스타벅스를 만나러 가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파이크플레이스 마켓.
어딜 가나 시장 구경은 빼놓을 수 없다. 시애틀의 명소 중 하나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이다. 시장은 시내 1번가라 할 수 있는 퍼스트 애비뉴와 파이커 스트리트 사이 엘리엇 만을 끼고 있다. 방금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과 농부들이 직접 재배해 가져온 과일과 채소, 향기를 듬뿍 머금은 꽃, 직접 만들어 온 미술품과 공예품 등이 가득하다.

1907년 문을 연 시장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나 ‘만추’에서 주인공들이 누볐던 곳이다. 원래 어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종합시장으로 변모했다. 80여년 전에 세워진 네온사인 시계는 지금도 멀리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생선가게 ‘파이크 플레이스 피시 마켓’이다. 이 가게는 ‘날아다니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막 판매된 팔뚝만 한 참치가 점원의 손에서 손으로 공중을 훨훨 날아다닌다. 푸드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45달러를 내면 해설사를 따라 주요 상점을 돌며 전통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가 스타벅스 1호점이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 가슴을 드러낸 갈색의 인어 로고를 달고 있는 유일한 점포다. 매장 넓이는 66㎡ 남짓으로 아담하다. 이른 아침부터 원조의 맛을 찾아온 전 세계 관광객들이 가게 밖까지 줄을 선다. 아홉시가 넘어서 가면 적어도 20분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스타벅스 1호점 앞은 거리 악사의 명당이다. 하루에 스무명 남짓한 악사들이 돌아가며 연주한다. 이들의 활기찬 연주를 듣다 보면 어느새 자기 차례가 돌아온다.

오리 모양의 시티투어버스

오리처럼 생긴 수륙양용버스 라이드덕의 운전사.
라이드 덕(Ride Duck) 역시 시애틀의 명물이다. 시애틀의 시티투어버스인 라이드 덕은 말 그대로 오리처럼 생긴 수륙양용 버스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장갑차로 만들었지만 쓸모가 없어지면서 관광버스로 변신했다. 라이드 덕 운전사는 그냥 차만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여행지에 대한 해설도 곁들인다. 복장도 요란하다. 우스꽝스러운 모자로 탑승객을 즐겁게 한다.

하드록 카페 앞을 지날 땐 시애틀의 록 역사를 설명해준다. 그냥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요란한 록음악을 귀청이 떨어질 듯 크게 튼다. 스타벅스 앞을 지날 때는 커피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준다. 버스에 탄 사람은 운전사의 리드에 따라 박수도 치고 노래도 함께한다. 투어 내내 차가 들썩인다.

시내를 빠져 나온 라이드 덕은 레이크 호수(Lake Union)로 풍덩 빠져든다. 차에서 배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유니언 호수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톰 행크스의 보트 하우스가 있던 곳. 유니온 호수에는 아직도 선상 가옥이 있는데, 1930년대 대공황 때 세금을 아끼고 값싼 주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와 2000가구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지금도 500개 정도가 남아 있다.포도밭 원형극장에서 즐기는 와인과 공연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올림픽 국립공원.
시애틀 여행이 즐거운 또 다른 큰 이유는 최고의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우딘빌(Woodinville)은 워싱턴주 와인의 허브로 자리 잡은 곳. 이곳의 수많은 와이너리 가운데 샤토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은 매년 25만명 이상이 찾는 시애틀의 대표 와이너리다. 포도밭에 있는 4300명 규모의 대형 원형극장에선 해마다 여름이면 콘서트를 볼 수 있는데 케니 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핑크 마티니 등이 무대에 선다.

시애틀의 또 다른 별칭은 ‘숲의 도시’다.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이다.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몽환적인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영화 ‘트와일라잇’ ‘씬 시티’ 등을 찍었다. 올림픽 국립공원이 워낙 넓기에 한 눈에 보려면 허리케인 릿지(Hurricane Ridge)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해발 1600m의 전망대까지 차로 오를 수 있으며, 전망대에서 올림픽공원 내 최고봉인 올림푸스산(2430m)을 볼 수 있다. 길을 가며 심심찮게 만나는 야생 노루가 국립공원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여행 정보인천공항에서 시애틀까지 직항으로 10시간15분 정도 걸린다. 시애틀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다운타운이 있다. 시애틀 시티패스(citypass.com)를 이용하면 스페이스 니들, EMP 박물관, 항공박물관 등 시애틀 대표 관광지 6곳을 45% 할인된 가격에 둘러볼 수 있다. 시애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5-3232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