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 어린 가족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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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명품 연극 두 편 '경숙이, 경숙 아버지' '유리동물원' 눈길애증 어린 가족의 모습으로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그려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두루 얻은 수작 두 편이 연극 무대에 돌아온다. 내달 6일부터 4월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하는 ‘경숙이, 경숙 아버지’와 오는 26일부터 내달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유리동물원’이다.
극작·연출가 박근형과 극단 골목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2006년 초연 당시 올해의 예술상, 히서연극상, 동아연극상 등 그해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다. 연극의 인기에 힘입어 2009년 KBS 2TV 4부작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2010년 예술의전당 ‘명품연극 시리즈’ 공연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6·25전쟁을 전후한 1950년대를 배경으로 모질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아버지와 어머니, 딸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고 이해하면서도 대립하고 갈등하는 이야기다. 영화 ‘국제시장’, TV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등 최근 국내 대중문화계의 흥행코드로 떠오른 ‘가족에 헌신하는 아버지’와는 거리가 먼 아버지가 등장한다. 가족을 보살피기보다는 사나이로 태어나 꿈 한번 제대로 이뤄보고 싶은 가부장적인 남자 ‘경숙 아베’다. 1950~1960년대 전형적인 서글픈 가족사가 펼쳐지는데도 박근형 특유의 연극적 유머와 에너지로 웃으면서 눈물을 훔치게 하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김영필(경숙 아베), 고수희(경숙 어메), 주인영(경숙), 황영희(자야), 김상규(꺽꺽) 등 극단 골목길 간판 배우들이 초연 당시 맡은 배역 그대로 출연한다. 오랜 세월 함께해온 골목길 배우들의 호흡과 기량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유리동물원’은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원작을 한태숙 연출가가 섬세한 무대로 형상화한 공연이다. 지난해 8월 선보인 뒤 관객들의 재공연 요청이 쏟아져 ‘명동예술극장 레퍼토리 공연’이란 이름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1930년대 미국 세인트루이스 뒷골목의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져 가는 가족의 모습을 사실주의와 시적 연극이 조화된 ‘회상극’으로 세밀하게 그려낸다. 군더더기 없는 무대 연출과 캐릭터에 동화된 배우들의 내면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성녀, 이승주, 정운선, 심완준 등 초연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선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