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風에 널뛰는 환율…1100원 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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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日 완화 정책에 美달러화 강세…수출업체 '매도 주문' 힘 못 써원·달러 환율이 10원 가까이 뛰어 한 달 만에 달러당 1100원대로 올라섰다(원화가치 하락).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 하락 요인이지만 요즘 외환시장은 이 같은 ‘수요와 공급’ 원칙을 비껴가고 있다. 매순간 엇갈리는 해외 지표와 각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수급 구도 그대로 인데…
외환시장 변동성 커져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원80전 오른 달러당 1103원3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5일(1109원90전)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27일 달러당 1079원80전이었던 환율은 4거래일 만에 20원 넘게 급등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환율이 달러당 1008원50전까지 급락하며 원화가치 상승세가 가팔랐다. 대규모 경상수지를 기록한 기업들이 잇따라 달러를 매도하면서다. 일본의 돈풀기(양적 완화) 정책에 따라 엔저도 불거졌다. 원화는 달러와 엔화 대비 모두 비싸졌고 수출경쟁력은 불리해졌다.저유가로 인해 경상수지가 29개월째 흑자를 기록하는 등 국내 수급구도는 여전히 달러 매도에 무게가 실려있다. 하지만 최근 환율 등락을 결정짓는 것은 국내보다 해외 변수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가 올해 예상되면서 지난해부터 달러화 강세에 불이 붙었다. 각국 경기지표 움직임에 따라 달러화 등락은 더 심해졌다.
◆복잡해진 환율 셈법
이날 원·달러 환율이 시초가부터 6원 넘게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밑돈 데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경기도 부진했다”며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치가 뛰었다”고 설명했다.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의 완화 정책, 스위스 러시아 등의 금리 인하까지 가세하면서 ‘환율 전쟁’ 조짐까지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며 “금리 인하 이후 달러 강세에 대비해 일부 큰손들이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환율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은 부쩍 커졌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폭(고가-저가)은 평균 7원70전으로 지난해 평균 4원90전을 크게 웃돌았다.
◆달러 매도 언제 나올까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엔저는 다소 주춤해졌다. 원·엔 환율은 최근 한 달 새 100엔당 910원대에서 930원대로 올랐다. 안전자산인 엔화가치는 최근 투자심리가 나쁠 때마다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최근 완화 정책을 발표한 뒤 대만 등 아시아 통화가치가 내렸다”며 “한은도 수출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