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논란'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청사진도 준비 부족

현장에서

'융복합 공연' 구체적 설명 없어
확정 안 된 해외 공연 미리 발표
“물러날 뜻은 없습니다. 더 열심히 미션을 수행해야죠. 1년 정도 지켜보고 잘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혹독하게 질책해주시기 바랍니다.”

‘자격 논란’에 휘말린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44·사진)의 기자간담회가 3일 서울 세종로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이 간담회는 두 차례 연기 끝에 성사됐다. 지난달 13일로 공지됐던 간담회가 27일로 늦춰졌고 다시 이날로 미뤄졌다. 그 사이 국내 오페라계에선 지난달 2일 한 예술감독이 임명된 뒤로 자격·자질 등을 문제삼으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두 차례 간담회가 연기된 이유로 ‘업무 파악’을 꼽았다. 오페라단의 운영 방향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뒤 이를 발표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한 예술감독은 두툼한 발표 대본(큐카드)을 들고 30분가량 직접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하지만 발표 내용은 한 달의 준비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부족하게 들렸다. 올해 공연작품들이 한 예술감독 취임 전에 결정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그는 운영의 키워드로 ‘오페라를 통한 국격 신장’을 꼽았다. 특히 오페라를 통한 한류를 강조했다. 한 예술감독은 “다양한 융복합 공연을 통해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했다.‘융복합 공연’에 대해선 “오페라를 중심으로 무용, 미술, 패션, 음식, 관광 등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한 새로운 작업”이라고만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공연인가에 대해선 “앞으로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을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고품격 문화 한류’를 구현하기 위해 “세계 주요 10대 오페라 극장을 벤치마킹해 실정에 맞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해외 공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오는 6월과 9월 인도네시아와 터키의 초청을 받아 공연하고 내년에는 오만과 프랑스로 공연을 갈 예정이라고 했지만 모두가 “협약이나 약정된 상태는 아니다”고 했다. “구두로 80~90% 진행 중”이라고는 하지만 진행 중인 계약을 말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대표적 금기다.

한 예술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저는 갓 태어난 아이인데 지켜봐 주지 않고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유감”이라며 “외국에서는 ‘어리다’는 것을 젊은 감각과 열정으로 해석하는데 한국 정서에서는 경험이 없다는 뜻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선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이날 회견 막바지에는 비대위 관계자들이 회견장 진입을 시도하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한 예술감독은 다른 출입구를 통해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이승우 문화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