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실적 냈지만 엇갈린 주가…好不好 갈리는 라이벌株

신사업 없어 투자자들 외면
'깜짝실적' 내고 대우인터 부진…LG상사는 1년 新고가 경신
영원무역·한세실업도 차별화
실적발표 시즌이 중반을 넘어섰다. 통상 비슷한 성적표를 내놓은 종목은 유사한 주가 흐름을 나타낸다. 하지만 최근 비슷한 실적을 냈음에도 주가가 상반되게 움직이는 종목이 적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체리피킹’(좋은 것만 골라 투자하는 행위) 성향이 강화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LG상사는 3일 2.45% 오른 3만7700원에 거래를 마치며 1년 신고가를 경신했다. 작년 11월4일 2만원을 저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주가는 3개월여 만에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실적개선 기대로 작년 고점인 3만원 선을 돌파한 뒤로는 상승 속도가 더 빨라졌다. LG상사는 작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57% 늘어난 4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같은 종합상사 업종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1% 늘어난 1254억원에 달하는 깜짝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30일 실적발표 이후에도 신저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개인투자자들의 저가매수 덕에 6.48% 상승했지만 작년 말에 비해선 여전히 3.34% 빠진 수준이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신사업이 없는 대우인터내셔널과 달리 LG상사는 범한판토스 인수로 물류사업의 장기 성장성을 확보했다”며 “실적 개선 외에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LG상사로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건자재 업종에서도 LG하우시스가 작년 말 조정 이후 빠른 속도로 주가를 회복하는 것과 달리 KCC는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두 종목 모두 올해도 실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KCC는 작년 말 현대삼호중공업의 보유지분 매각 이후 수급 불안 우려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실적둔화 업종서도 주가 차별화

실적이 부진한 업종에서도 투자자들의 ‘호불호(好不好)’는 뚜렷이 갈린다. 의류주인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은 작년 말 4분기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로 나란히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영원무역이 최근 3개월간 30% 넘게 급락한 것과 달리 한세실업은 10%가량 주가가 올랐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의류업체들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반적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라며 “그나마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세실업과 달리 영원무역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간 실적 추이는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분기 실적의 변동성이 낮다는 점에서 차이가 갈렸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제약업종에서도 백신시장 경쟁격화 우려에 발목이 잡힌 녹십자와 1분기 실적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 LG생명과학의 주가가 대비되고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불확실에 수급도 제한된 상황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률 방어를 위해 좋은 종목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