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찾아나선 금융산업] 금융사 CEO 등 108명 출동…도시락으로 저녁 때우며 토론

일부선 "보여주기식 토론회"
‘범금융 대토론회’가 열린 서울 예금보험공사 19층 회의실은 토론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금융권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참석자만 해도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등 6개 금융관련 협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9개 금융지주 대표, 12개 은행장과 증권사·생명보험·손해보험·카드·캐피털·금융공공기관 대표, 금융이용자, 전문가, 정보기술(IT)업계 대표 등이 모두 망라됐다.

금융권 최고위급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일찍 와서 인사를 나누려는 사람이 많았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금융 최고경영자(CEO)가 모여 토론하는 건 단군 이래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토론회는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사회로 세미나가 열렸고, 2부에서는 주요 사례가 발표됐다.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각 세션의 끝나는 시간은 평균 40~50분씩 지연됐다. 도시락이 준비된 저녁 식사시간도 기존 예정된 오후 6시20분에서 한 시간 이상 늦게 시작했다.

이로 인해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등 지방 금융회사 CEO의 비서진은 돌아갈 때 타야 할 KTX 시간을 연기하거나 아예 서울에서 머물 곳을 찾는 등 갑자기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토론회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다른 은행들의 핀테크 준비 상황과 정부의 정책기조를 한번에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은 “다른 금융회사의 기술금융 진행 여건을 들어보고 수출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어떤 점을 도울 수 있을지 알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일부 참석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 금융회사 CEO는 “갑자기 준비된 토론회이다 보니 주제가 너무 넓고 깊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국내 은행장은 “이런 식으로 CEO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 자체가 당국의 ‘군기 잡기’식 관제 토론회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급조된 행사인 것이 너무 표시 난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