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 국민을 전과자로 만들고야 마는 과잉입법 천국

과잉입법에 따른 과잉규제 폐해가 심각하다는 실증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김일중 한국법경제학회장(성균관대 교수)은 ‘규제범죄에 대한 과잉범죄화(over-criminalization)’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벌금 이상의 형벌을 1회 이상 받은 전과자 수가 1100만명(2010년 기준)에 근접해 15세 이상 전체 성인 인구의 26.5%나 된다고 발표했다. 2000년대 들어서만 1.5배 증가해 OECD 국가들 중 최상위권이다. 전과자가 급증한 것은 행정규제 위반을 범죄화한 결과, 단순 과태료가 아닌 징역·벌금 등 형벌을 내리도록 규정한 법률이 700여개, 형벌조항 수는 5000여개로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실제 전과자의 70%가 일반형법이 아닌 행정규제 위반이었다. 과잉입법, 과잉규제가 전과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적·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김 교수가 지적한 대로 행정범죄가 증가하면서 일반범죄도 급증세다. 행정범죄 기소율이 평균 67.4%로 일반범죄 기소율(35.8%)의 거의 두 배나 되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단속인력 등의 쏠림으로 인한 구축효과다. 입법권을 휘두르는 국회와 법을 집행하는 정부의 소위 ‘갑질’과 부정부패는 늘고, 세금은 낭비된다. 과잉규제는 그에 상응하는 재앙을 초래했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준다. 우유가격 통제는 우유를 아예 못 먹게 만들었고, 금주법 도입은 밀주를 보편화시켰다. 세수를 늘리겠다고 세율을 올리는 것은 탈세 등을 불러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수두룩하다. 세계 석학들이 하나같이 탈범죄화(decriminalization), 처벌수준 정상화 등으로 과잉규제를 없애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국회의 규제입법 폭주가 문제다. 지난해 말까지 2년 반 동안 쏟아낸 법률이 18대 국회 4년치에 육박한다. 그것도 기업활동을 범죄화하는 증오의 악법이 즐비하다. 경제민주화는 거의 모든 경제행위를 예비범죄 목록으로 규정했다고 할 정도다. 최근에는 단통법, 도서정가할인법 같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식의 섣부른 감성 법률까지 나왔다. 규제 대상을 넓히고 규제 수준을 높일수록 준법은 더 어려워지고, 법을 경시하는 풍조는 확산된다. 걸려들면 재수 소관이라고 생각하는 동안 법치는 설 자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