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희망과 소통은 희생·용서 위에서만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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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밴드 새 앨범 '용서'“세상은 희망과 소통을 강조하지만 이것은 희생과 용서 위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용서라는 말조차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우리 음악이 용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첫 앨범은 동생 사고 분노 담겨
두 번째는 산울림의 리메이크
음악의 힘에 이끌린 '완성작'
가수 겸 연기자 김창완 씨(61·사진)는 5일 서울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새 앨범 ‘용서’ 쇼케이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1970~1980년대 한국의 대표적 록밴드 ‘산울림’ 리더였다. 산울림은 2008년 멤버이자 막내 동생인 김창익 씨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면서 공식 해체했다. 이후 김씨는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김창완밴드’를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용서’는 김창완밴드의 세 번째 앨범이다.드라마 촬영 때문에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나온 김씨는 “2009년 첫 앨범 ‘버스’는 막내 동생 사고 이후 만들어서 분노, 강박 같은 것이 담겨 있었고 2012년에 낸 앨범 ‘분홍굴착기’는 산울림 곡들을 리메이크하면서 산울림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며 “이번 ‘용서’야 말로 명실공히 김창완밴드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새 앨범에는 타이틀곡 ‘중2’와 ‘용서’를 비롯해 지난해 디지털 싱글로 발표된 ‘E메이져를 치면’과 ‘괴로워’,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리본’ 등 9곡을 담았다. 영국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의 엔지니어 출신인 아드리안 홀이 녹음에 참여해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중2’는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심리를 빗댄 ‘중2병’에서 따왔다.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 태도로 허세 부리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김씨는 “희망과 소통만을 강조하는 현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함축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단어가 ‘중2’라고 생각한다”며 “가사를 보면 중2의 태도를 힐난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중2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어른의 모습을 그렸다”고 설명했다.김씨는 “지금까지 서른장 넘게 앨범을 냈는데 음반을 낼수록 ‘뭘 부를까’보다 ‘왜 부를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갈수록 제가 하는 이 음악이 무엇인지 정답에서 멀어져 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꾸준히 앨범을 내는 것은 나도 모르는 음악의 큰 힘 때문이 아닐까요.”
김창완밴드는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12~14일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내달 21일과 28일 서울 홍대와 춘천 KT&G 상상마당에서 각각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