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마켓인사이트 보고 무차입 경영 결심"

한경 마켓인사이트 출범 3주년
“외형 성장에 골몰하느라 내실 다지기에 소홀했다는 사실을 마켓인사이트가 깨우쳐줬습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사진)이 ‘2016년 무차입 경영 돌입’을 선언했다. ‘성장통 겪는 패션왕국 형지…커지는 재무 부담’이란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 보도(2014년 7월21일)를 접한 뒤 ‘확장’에서 ‘내실’로 경영 방침을 180도 바꾼 것이다. 최 회장은 8일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보도를 접한 뒤 ‘아차, 그동안 재무를 놓치고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보도 직후 경영의 제1 목표로 삼은 ‘건실한 재무구조’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은행 빚을 갚아 내년부터 무차입 경영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내실부터 다지자 결심…자존심 상했지만 내 이름 딴 브랜드 정리"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마켓인사이트는 당시 잇따른 인수합병(M&A)과 판매부진 여파로 패션그룹형지의 순차입금 규모가 2009년 116억원에서 2013년 2199억원으로 4년 만에 19배 늘어나는 등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된 사실을 심층 보도했다. 형지는 이후 서울 장안동 바우하우스 건물을 팔고, 의류 재고를 정리하는 식으로 작년에만 1054억원의 빚을 갚았다.

실적이 부진한 브랜드 정리작업도 병행했다. 2013년 중저가 브랜드 ‘CMT(Choi Made Trend)’를 정리한 데 이어 남성복 브랜드 ‘아놀드바시니’ 사업부도 지난해 8월 없앴다. 최병오 회장은 “내 이름을 딴 CMT와 형지의 첫 남성복 브랜드인 아놀드바시니를 없앨 때는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며 “하지만 크로커다일 레이디, 예작 등 잘되는 브랜드에 더 많은 역량을 쏟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덕분에 패션그룹형지의 부채비율은 2013년 말 303%에서 작년 말 198%(추정치)로 떨어졌다.

최 회장은 “2013년에는 ‘그룹 매출 1조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옷을 무리하게 많이 만들었고, 상당량이 재고로 쌓이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며 “이제 외형보다 내실, 매출보다 이익을 먼저 따지는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산매각 및 경영효율화를 통해 은행 빚을 1000억원가량 갚아 패션그룹형지의 부채비율을 100%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그룹 매출 목표는 작년(1조300억원)보다 소폭 많은 1조1000억원으로 잡은 반면 영업이익은 작년(400억원)보다 50% 이상 높은 600억원대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향후 M&A 계획에 대해선 “회사의 재무상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음식료 업체, 인테리어 소품업체, 구두 등 잡화 브랜드를 대상으로 추가 M&A에 나설 계획”이라며 “최근 구두 브랜드 ‘에스콰이아’로 잘 알려진 EFC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오상헌/오동혁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