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인세 인상 주장은 세율과 세수를 혼동한 결과다

증세냐 복지축소냐의 딜레마에 빠진 정치권이 법인세 인상 카드를 자꾸 만지작거리는 모양이다. 특히 여당 일각에서는 야당이 주장해 온 법인세 인상을 받아들이는 대신 복지 구조조정을 추진하자는 ‘빅딜설’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야권은 “지난 정부에서의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인 데다 세수까지 줄게 해 복지재원을 더 부족하게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에서조차 이런 논리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우선 이명박 정부에서 감세 대상이 ‘부자’였는지부터 의문이다. 당시 법인세율은 대·중소기업 모두 일률적으로 3%포인트 인하됐다. 따라서 모든 중소기업을 부자로 간주하지 않는 이상 이를 부자감세로 몰아가는 건 무리다. 더구나 기업을 부자라고 칭하는 허구의 관념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기업은 개인에게 환원될 계약의 집합일 뿐이다.‘감세’도 이뤄지지 않았다. 법인세율 인하 다음해인 2009년에는 반짝 세부담이 줄었지만 이후 각종 공제와 감면 축소, 최저한세율 인상 등으로 기업 세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이 부담할 세금은 2009년 대비 지난해 3조3200억원 늘었고, 올해 5조400억원 증가한다. 이는 정부 발표와도 일맥상통한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대기업 세부담은 줄기는커녕 10조9000억원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인세 실효세율이 2012년 16%, 지난해 17.5%에서 올해 18.2%로 예상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세수가 줄었다는 주장도 허구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법인세수는 2009년에는 29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원가량 줄었지만 2010년, 2011년에는 각각 38조원, 40조3000억원으로 세율 인하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는 법인세율과 세수는 반대로 움직인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와도 일치한다. 결국 ‘부자감세’도 없었고 ‘세수 감소’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연말정산에 이어 또다시 국민을 바보로 만들 작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