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 유료방송 손봐달라"는 또 하나의 청부입법

규제개혁으로 경제를 살리자는 마당에 국회는 또 거꾸로 가고 있다.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공급자의 시장점유율을 33%로 규제하는 법안이 바로 그렇다. 이른바 ‘유료방송 합산규제’다. 합산점유율이 일정 수준을 넘는 순간 해당 사업자는 가입자를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사전적으로 막겠다니 도대체 이게 말이 되나. 더구나 특정 사업자를 표적으로 한 규제다. 한마디로 소비자 선택권은 물론 기업의 영업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 이런 법안이 국회에서 버젓이 발의되고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해외 유료방송 시장을 봐도 점유율을 규제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이 법안이 도입되면 위성방송, IPTV를 합쳐 시장점유율이 약 28%인 KT는 시장을 더 확대하고 싶어도 점유율 규제에 직면하게 된다. KT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는 기존 가입자가 탈퇴하기 전까지는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오로지 한국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의 탄생인 것이다. 더구나 KT만을 목표로 하는 규제다. 일종의 인종차별적 규제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케이블TV 업계는 합산규제를 찬성하는 근거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이 맞다고 해도 시장점유율을 규제하자는 식이라면 이는 말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어떤 사업자도 기존 서비스와 경쟁하는 차별적 서비스 개발에 나설 유인이 없어진다. 일체의 서비스 혁신을 아예 포기하자는 얘기다.

케이블 TV 업계는 자신들에게 부과되는 점유율 규제를 거론하지만 케이블은 사실상 전국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사업자가 나올 수 없는 구조여서 문제가 안 됐을 뿐이다. 케이블TV도 정상적 시장으로 가려면 이런 규제를 없애자고 해야 맞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는 오히려 이를 무기 삼아 IPTV 시장에 점유율 규제를 밀어붙인 데 이어 이제는 이 허망한 규제를 통합 방송시장에까지 적용하자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규제를 못 만들어 안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