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SNS 승부 못가린 이해진-김범수…쇼핑·결제 '최후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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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 daumkakao 또 대결“모바일 시장에선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다음카카오, '쇼핑하우' 1년 만에 개편
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
네이버, 사용자의 행동패턴 분석
맞춤형 상품정보 제공…결제는 네이버페이 통합
“네이버가 없어질 수 있다는 각오로 뛰어야 한다. PC 시대엔 1등이 됐지만 모바일 시대는 꼴찌에서 올라가는 싸움이다.”(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메신저 시장에 이어 ‘쇼핑·결제’ 부문에서 또다시 맞붙었다. 두 회사의 수장인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 간 숙명의 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두 사람은 한때의 동지가 적으로 만난 첫 대결(메신저 시장)에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카카오톡을 내세운 김 의장은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지만, 해외 시장에선 이 의장의 라인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이제 쇼핑-결제로 이어지는 인터넷 플랫폼 싸움에서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쇼핑 부문에서 다시 맞붙어
다음카카오는 최근 쇼핑 검색 서비스인 쇼핑하우를 1년 만에 새롭게 개편했다. 쇼핑하우에는 11번가 G마켓 등 국내 주요 오픈마켓과 온라인 쇼핑몰 등이 입점해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검색창을 페이지 상단에 고정해 어느 화면에서든 편리하게 상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모바일 페이지도 대폭 개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쇼핑하우에 자체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 뱅크월렛카카오 등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카카오페이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결제 수단으로도 확대한다.
네이버 역시 쇼핑과 결제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대대적인 쇼핑 서비스 개편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총괄 이사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보여주는 ‘쇼핑 트렌드 그래프’를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쇼핑 트렌드 그래프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신 트렌드, 세일 정보, 맞춤형 정보 등을 반영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결제 서비스도 강화한다. 검색-쇼핑-결제로 이어지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주요 인터넷 서비스마다 대결
네이버의 이 의장과 다음카카오의 김 의장은 2010년 카카오톡이 출시된 뒤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물고 물리는 싸움을 벌였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카카오톡이 국내 시장을 선점하자 네이버는 일본 등에서 라인을 출시한 뒤 한국 시장을 공략했지만 여전히 격차가 크다. 그룹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에선 2012년 네이버가 밴드를 출시해 뜨거운 반응을 불러오자 다음카카오는 카카오그룹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밴드의 아성은 넘지 못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다음카카오의 독주였다. 다음카카오는 2012년 애니팡 등 모바일게임 10개로 카카오게임 플랫폼을 선보인 뒤 국내 시장을 장악해 갔다. 네이버는 밴드게임, 라인게임 등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뉴스 서비스에선 네이버의 독주에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토픽 등으로 대응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와 게임에선 다음카카오가 우세하고, 뉴스와 그룹 SNS에서는 네이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2 대 2 무승부인 셈이다.두 회사는 이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서비스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비롯해 쇼핑·결제 서비스로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이유다.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 최근 명운을 걸고 뛰어드는 쇼핑·결제 서비스는 이 의장과 김 의장의 ‘최후의 결전장’이다.
◆이해진 vs 김범수 진검승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싸움은 이 의장과 김 의장의 ‘라이벌 전쟁’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다. 먼저 창업에 나선 것은 김 의장이다. 김 의장은 1998년 게임 업체 한게임을 창업했고, 이 의장은 이듬해 포털 네이버를 설립했다. 이후 2000년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하면서 둘은 한 배를 타기도 했다.이 의장은 네이버를 국내 1위의 인터넷 회사로 키웠다. 김 의장은 2008년 네이버를 떠난 뒤 카카오톡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고 지난해엔 2위 포털 다음까지 합병했다. 친구에서 동업자, 이제는 적으로 바뀐 두 사람의 질긴 인연에 인터넷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