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20% 늘렸는데 자사주 또 사라고?

GM, 헤지펀드 압박에 곤혹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미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널모터스(GM)에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GM은 495억달러가량의 공적 자금이 들어간 뒤 되살아난 회사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GM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아팔루사매니지먼트 등 4개 헤지펀드는 최근 해리 윌슨(43)이라는 대리인을 통해 GM 측에 8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이들 헤지펀드는 GM 주식 2.1%를 보유하고 있다.윌슨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대통령 자문단으로 GM의 공적 자금 투입 등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윌슨은 “GM의 주가는 저평가돼 있고 기본적으로 과잉 자본 상태”라며 “유보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주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올 2분기 배당을 20% 늘리겠다고 발표한 GM은 헤지펀드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요구에 난감해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밥 루츠 전 GM 생산총괄 사장 겸 부회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자동차회사에 대한 자사주 매입 압박은 대부분 실적 악화의 신호탄이었다”며 “주주들도 결국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닉 하나우어는 시사주간지 더애틀랜틱 기고문에서 “자사주 매입이 미국 경제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 임금 인상이나 설비 투자에 사용됐던 자금이 이젠 자사주 매입으로 소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