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쟁이 '고객' 맘에 들려면…소 잡을 때조차 소의 입장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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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고객 중심’ ‘고객 최우선’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기업이 슬로건처럼 외치는 말이다. 프로슈머(Prosumer·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지닌 고객)의 등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고객파워가 커진 요즘이다. 고객이 중요하지 않다고 할 기업이 있을까.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고객을 위하는 방법인가 말이다. 90도 폴더인사를 하며 친절한 서비스를 하면 되는 걸까. 고객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는 헌신적 대응이면 될까. 이것 저것 추가 혜택에 가격도 대폭 할인, 무조건 퍼주면 충분할까.
고객중심 오해부터 풀어야
퍼주기 서비스만으론 안돼
맥도날드의 밀크셰이크 대박
치밀한 고객 관찰의 결과
고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항공기에서 상냥한 미소로 극진히 모셔도 땅콩 봉투를 안 뜯어 주면 허사다. 헤어살롱에서 주차부터 다과, 무료 헤어클리닉까지 천상의 대우를 해줘도 마지막에 주차 할인권 하나를 덜 주면 바로 불만이 터져나온다. 가격은 도대체 어디까지 깎아줘야 만족할 수 있을까. 이쯤 되니 기업이 고객의 마음에 들기란 지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무엇이 문제일까.고객 중심(Customer Centric)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친절함과 퍼주기식 서비스가 다가 아니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객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사용자의 입장 즉, 고객의 시각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말로는 고객 최우선이라 하지만 실상은 우리 제품, 우리 기업, 나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미국의 대표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는 한때 밀크셰이크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고객 분석을 해봐도, 설문조사를 해도, 여러 테스트를 거쳐도 판매량이 늘지 않았던 것. 더 달게 해야 하나. 더 부드럽게 해야 하나. 뾰족한 수가 안 나왔다. 담당이었던 제럴드 버스텔은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매장에 죽치고 앉았다. 그리고 고객을 관찰했다. 누가, 언제, 어떤 용도로 사는지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봤다. 여기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0잔 중 4잔이 아침 출근 시간에 팔린다는 것. 특히 차를 타고 받아가는 드라이브스루(Drive Thru)에서 말이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먹기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답이 나왔다. 고객은 밀크셰이크를 아침 대용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곡물이나 시리얼을 섞어서 더 걸쭉하고 든든한 한끼로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
제품만 바라보며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수 있다. 고객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답이 나온다. 모터엔진을 만드는 국내 S기업이 내놓은 제초기는 소비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 제품이다. 기계 성능이 좋아서일까. 그보다는 소음을 대폭 줄인 덕분이다. 예전에는 제초기의 소음이 너무 커 귀마개를 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사용자 입장에서 너무 힘들었던 것. 제품만 바라봤다면 엔진을 더 강하게, 모터를 더 빨리, 가격을 더 저렴하게 하는 등 성능 중심으로 갔을 것이다. 그렇게 울트라파워하이퀄리티 제품이 나온들 고객과는 점점 더 동떨어진다. S기업의 성공은 고객 중심적 시각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육가공산업에서 동물학자인 템플 그랜딘의 성공은 커다란 울림을 준다.비학대 시설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소를 도축할 때도 소의 입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대한 편안한 환경에서 죽은 소는 훨씬 더 좋은 품질의 고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소한테 좋으면 사업에도 좋다(Good for Cattle, Good for Business). 진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사업 성공의 지름길이다.
조미나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