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 기술로 탄생했다…대학표 상품 인기몰이

인사이드 스토리
서울大 약콩두유, 입소문 타고 완판
연세大 블루베리 주스, 美 수출 예정

전남大·인천大 기능성 화장품 '눈길'
부경大 비린내 잡은 멸치액젓 어간장

높은 품질로 소비자 신뢰 얻어
상품 판매 늘릴 유통·마케팅은 과제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인 밥스누가 생산하는 약콩두유는 1차 생산분 19만5000개가 모두 팔렸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2차 판매에서도 4일 만에 5만개가 팔렸다. 주부들 사이에서 ‘서울대 두유’로 입소문을 탄 것이 인기 비결이다. 밥스누는 이달 말에는 예정보다 두 배가량 많은 46만개를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약콩두유처럼 대학이 개발한 상품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각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신기술을 활용해 만든 ‘대학표 상품’들은 높은 품질과 신선한 이미지로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약콩두유를 생산하는 밥스누는 이기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최초의 콩 장려품종인 장단콩 재배지역인 경기 파주시에서 콩 음식점을 운영하던 할머니에게 영향을 받아 콩 연구를 시작했다. 이 교수는 “콩의 유효성분을 가장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형태의 제품을 고민하다가 음료 형태인 두유를 출시했다”고 말했다.서울대는 앞서 우유와 달걀 제품도 출시했다. 파리바게뜨 직영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밀크플러스’ 우유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연구팀이 보유한 특허로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는 CLA 성분함량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오메가3와 오메가6 비율을 1 대 4로 맞춘 ‘오메가 밸런스 달걀’도 내놨다.

연세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제이크린베리너리는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복분자 씨에서 추출한 기름을 제품화하는 것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기능식품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다음달 인증이 완료되면 미국 홀푸드마켓 등에 납품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남현수 대표는 “중국 복분자 밭에서 씨가 찌꺼기로 버려지는 것을 보고 이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제이크린베리너리는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물질만으로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연세대의 약용식품추출항균조성물 특허를 활용한 100% 과즙 베리류 주스도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업 간 거래(B2B)에서 인정받고 있는 곳들도 있다. 고려대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의 전자식 커피로스터기는 커피 전문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카페베네와 쟈뎅 등이 이 기기를 구매했다. 서강대가 2012년 세운 지투지솔루션은 블랙박스 영상모듈 장치를 납품하는 회사로, 설립 2년 만에 지난해 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대학의 기술 상품화는 각 대학의 기술지주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기술지주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35개 대학의 기술지주회사가 201개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서유경 기술지주협회 사무국장은 “식품, 화장품에 이어 요즘은 정보기술(IT)기기 등 사업화를 빨리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IT 분야에서는 지난해 성균관대의 스마디가 선전했다. 스마트폰 전용 리모컨 클리커 판매로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정민 스마디 대표는 “출시 초기 한 개 팔기도 어려웠던 이 제품은 셀카봉이 인기를 끌면서 품절됐다”고 말했다.

전남대 제이케이는 피부재생과 여드름 개선 효과가 있는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해 4개월 만에 2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부경대 수산가공연구소의 어간장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히스타민 함량을 줄인 제품이다. 인천대 해양RIS사업단은 오존층이 파괴된 남극에서 김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을 참고해 해조류를 활용한 자외선 차단제를 개발했다. 그러나 ‘대학표 상품’들은 아직 초기 단계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는 곳은 많지 않다. 이문규 서강대 기술지주회사 본부장은 “기술지주 자회사들은 기술에만 너무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며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유통과 마케팅에 관한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윤희은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