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에서 성공방정식 새로 쓰는 '장그래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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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혁·서유태 주임, 김민수 계리사
"바둑·금융 역지사지 게임이란 점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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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10년 이상 바둑 공부를 했다. “흐름을 읽으면서 모든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과 바둑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도 같다.서 주임은 아홉 살 때부터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바둑연구생 생활을 했다. 명지대 바둑학과에 진학했지만 프로기사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 증권·금융 관련 교양 수업을 듣다가 증권사 입사를 결심했다. 그는 “바둑은 다음 한 수를 결정하기 위해 끊임없이 ‘왜’란 질문을 해야 하는데 증권도 마찬가지라 도전했다”고 말했다.
열 살 때부터 7년간 바둑을 둔 차 주임 역시 “금융과 바둑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판의 흐름을 꿰뚫는 ‘역지사지(易地思之)’ 게임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설명했다. 일곱 살 때부터 10년간 바둑을 두다가 검정고시를 거쳐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에 진학한 김 계리사도 “보험계리는 숫자와 논리로만 이뤄지는 업무인데 바둑도 이와 비슷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회사에서도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년 목표실적 달성률 1위를 한 차 주임은 입사 초기 신입사원 평가에선 꼴찌였다. 바둑을 두고 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돌을 놔보는 ‘복기’를 업무에 적용해 역전에 성공했다. 차 주임은 “과거 3년간 주식 차트 등을 그대로 그려보면서 흐름을 통째로 파악하고 외웠다”고 말했다. 서 주임은 “스물다섯 살 때 입사 공부를 시작했는데 바둑만 뒀기 때문에 분수 계산조차 제대로 할 줄 몰랐다”며 “그러나 도장에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앉아 바둑판을 들여다봤던 끈기로 공부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김 계리사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바둑에 비유하자면 초반이 막 끝나고 중반에 해당하는 시점”이라며 “승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결정적인 한 수를 두기 위해 더욱 집중하고 공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