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인준] 野 표결장으로 끌어낸 '충청 파워'…상처입은 이완구 살렸다

새정치聯 왜 표결 참여 선회했나

文대표 여론조사 제안 '국회 무시' 역풍 맞아
鄭의장 표결 한차례 미뤄…보이콧 명분 약화
이완구 신임 총리가 16일 오후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서울 도곡동 자택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16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표결에 참여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는 정홍원 전 총리 이후 세 차례 시도 만에 총리 인준에 ‘턱걸이’로 성공했다. 정 전 총리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겠다고 사의를 밝힌 지 약 10개월, 후임으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잇따라 낙마하자 유임이 결정된 지 약 8개월 만이다.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당초 이 후보자에 대한 ‘비토’ 의사를 분명히 하고자 본회의에 아예 불참하거나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에 항의한 뒤 투표 직전 퇴장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한 바 있다. 무기명 비밀 투표여서 당 지도부가 이탈표를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고려됐다.

◆“의원들 믿고 가보자”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이탈표를 걱정하는 분도 있었지만 서로 믿고 자율 투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이탈표가 나올 위험은) 감수하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우윤근 원내대표께서 지겠다는 말도 있었다”고 전했다.박 원내대변인은 또 “여당이 과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만큼 임명동의안 자체를 막기는 역부족이겠지만 야당도 (국회 보이콧보다) 단결된 힘으로 의회주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표결에서 반대 및 무효표가 총 133표로 본회의에 참석한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숫자(124명)를 넘어섰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를 놓고 임명동의안 통과 후 브리핑에서 “(정부·여당이) 표결에서는 승리했지만 국민에게는 졌다”고 했다.

◆충청권 여론 악화에 백기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의 각종 흠결이 부각된 뒤 ‘부적격’ 여론이 높아지자 “국민 여론조사로 (인준 여부를) 결정하자”고 돌발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이 제안이 문 대표의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는 평가다. 당내에서조차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 후보자의 정치적 기반인 충청권 민심도 돌아서는 양상을 보였다.

청문회 직후만 해도 충청권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과 적격 의견이 팽팽한 균형을 이뤘으나 문 대표의 여론조사 제안이 알려진 뒤부터는 이 후보자의 총리 인준을 찬성하는 쪽이 60%를 넘었다. 대전·충남 거리마다 ‘충청 총리 낙마되면 다음 총선·대선 두고보자’라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막판에 충청향우회가 새정치연합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국회 보이콧 명분도 약해본회의 사회권을 쥔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12일 새누리당 지도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 측 요구를 받아들여 표결을 한 차례 미뤘다. 정 의장 중재로 여야 원내지도부는 16일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다만 정 의장은 이날만큼은 설사 야당이 불참하더라도 반드시 본회의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정 의장은 이날 본회의 예정 시간인 오후 2시에 입장해 착석했으나 새정치연합 의총이 끝나지 않자 본회의를 열지 않고 30분 정도 기다렸다. 의총을 마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속속 입장하면서 정 의장은 본회의를 열었고 안건을 상정했다. 끝까지 야당을 배려했다는 평가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정치연합 지도부 입장에서 정 의장과 여야 간 합의를 깨고 보이콧을 택할 명분이 부족했다”며 “소속 의원들도 의총에서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