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 이번엔 '징비록' 열풍…'드라마 셀러' 될까

TV 방영에 임진왜란·류성룡 조명한 책 봇물
'징비록:지옥의 전쟁…' 등 10여권 잇따라 출간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西厓) 류성룡이 임진왜란(1592~1598) 후 쓴 회고록 ‘징비록’ 관련 서적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영화 ‘명량’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이순신과 난중일기 등 임진왜란을 다룬 책까지 ‘스크린 셀러’로 인기를 끈 데 따른 영향이다. 징비록을 다룬 책이 줄지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최근 두 달 사이 출간된 책만 14종에 이른다. 지난 14일부터 KBS1TV 토·일 대하사극 ‘징비록’(시청률 10.5%·닐슨코리아 집계)이 방영되자 출판계는 징비록 관련 서적이 ‘드라마 셀러’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류성룡과 징비록을 다룬 책은 30여종(구간 포함) 출간돼 있다. 징비록 원전을 해석한 것부터 소설 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책은 징비록: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김흥식 옮김, 서해문집)이다. 2003년 출간돼 지난해 11월 개정판이 나왔다. 쉬운 해석과 이해를 돕는 그림 자료가 풍부한 것이 장점이다.

서해문집 관계자는 “개정판에는 ‘서애집’ 중 임진왜란과 관련된 내용을 추가했다”며 “이는 류성룡이 징비록을 쓸 때 참고한 1차 자료기 때문에 징비록과 임진왜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인문만화 징비록(신웅 지음)은 사실적인 그림체로 징비록을 쉽게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하다.

징비록: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은 시인 김기택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해석한 책이다. 청소년을 위해 2013년 세 권의 책으로 처음 펴냈다가 개정해 내놓았다.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부드러운 문체가 장점이며 임홍빈 전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선임연구원이 임진왜란 전황을 정리해 이해도를 높였다. 징비록:비열한 역사와의 결별(배상열 지음, 추수밭)도 징비록을 최근 사회상과 결부시켜 호평을 받고 있다.

징비록을 해석한 이들은 이 기록이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묻는 동시에 새로운 동아시아 정치 체제가 시작될 무렵의 목격담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징비록은 전쟁이 터지면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를 현장감 있게 다룬 책”이라며 “사람들이 드러내지 않았던 본능이 전쟁에서 드러나는 것을 보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교감·해설 징비록(아카넷)을 쓴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는 “류성룡은 전쟁을 책임진 지휘자로서 전체 상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실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며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일본이 등장해 한반도가 지금까지 동아시아 체제의 지정학적 요충지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드라마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징비록 관련 서적은 아직 베스트셀러 상위권 대열에 끼지 못하고 있다. 징비록: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이 교보문고 역사·문화 분야 8위(17일 현재)에 올라 있다.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관계자는 “징비록 관련서가 아직 뚜렷한 판매 증가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징비록 관련 서적이 잇달아 나오는 현상에 대해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달리 임진왜란 당시 조선 상황을 입체적으로 알고자 하는 독자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